비련’의 첫 4음절 ‘기도하는’은 한 시대의 문화적 상징이다. 조용필이 이 4음절을 격정적으로 토해내면 객석에선 기다렸다는 듯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비명은 ‘오빠 부대’라 명명한, 아이돌 팬덤의 첫 출현을 알리는 거대한 신호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4음절엔 역사성까지 녹아 있다.
김호중이 TV 경연에서 ‘비련’을 부른 라이브 영상은 탄성을 자아낸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기도하는’ 4음절을 여리게 잡아 끌며 원곡과 180도 다른 해석을 한다. 그리고 성악으로 훈련된 매혹적 목소리로, 감정의 진폭이 큰 이 노래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지배한다. 잔잔하게 시작한 노래는 마지막을 오페라의 피날레처럼 장쾌한 포효로 장식한다. 비로소 ‘비련’이 전설의 장막 뒤에서 나와, 김호중의 것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