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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 칼럼] 30년차 발라더 윤종신, 크리에이터 윤종신

2019.02.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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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대표 발라드 가수이자 최고의 이별노래 작사가이기도 하며, 한때는 솔직하고 예리한 평가로 냉철한 심사위원으로 통했다. 남다른 입담을 뽐내는 예능인으로 활동하며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SNS 프로필에는 ‘크리에이터’라 적혀있다.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듯 보이는 발라드를 부르면서도 그의 행보는 오히려 발빠르다. 한 달에 한 번씩 신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획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했고 재야의 뮤지션을 소개하는 음악채널 ‘리슨’을 운영 중이다. 또 최근엔 1인 방송을 통해 프로듀싱 과정을 소개하는 ‘탈곡기’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처럼 플랫폼에 대한 꾸준한 연구는 그가 얼마나 빠른 감각으로 현 시대에 적응해 가는가를 보여준다. 윤종신은 현재 소속사와 아무런 서전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탄소년단의 신곡을 작업 중이다. 방탄소년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그가 멤버들의 캐릭터를 분석하며 입덕하는 과정을, 후배 프로듀서들과의 창작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식이다. 어떤 의뢰도 받지 않았지만, '베테랑 프로듀서가 상상력 하나로 아티스트에 맞춤형 창작곡을 제공한다'는 참신한 기획이다. 

이미 대중음악이 '소장'에서 '공유'로 가치의 중심이 돌아선 지금, 발라드와 싱어송라이터란 영역에서 그가 주목한 건 협업을 통한 음악의 확대다. 일찌감치 윤종신은 기존 가요계 발매방식을 거부하고 수년째 '월간 윤종신'을 꾸준히 이끈 그간의 노하우와 약점을 보완해 더 큰 그림을 그려왔다. '월간 윤종신'이 개인 프로젝트 성격이 짙었다면, 음악채널 '리슨'은 뮤지션과 제작자간 개방 참여형 프로젝트. 좋은 음악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이 설립이유다. '저스트 리슨, 저스트 오디오'를 모토로 삼은 만큼 실력있는 재야의 뮤지션들을 소개하자는 의미도 크다. 특정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과 다르게, 일반 대중을 상대로 점차 큐레이션 음악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현재까지 29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매월 신곡을 낸 ‘월간 윤종신’이 가수 윤종신의 도전이었다면, 음악채널 ‘리슨’은 소속사 대표 프로듀서의 도전을 의미한다. 여기에 상상력에 의존한 프로듀싱 유튜브 ‘탈곡기’ 방송은 1인 크리에이터 윤종신의 새 도전인 셈이다. 이는 30년차 발라드 가수가 트렌드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법이자, 작곡가가 현 시대에 적응해 가는 리얼스토리다. 

사재기 논란과 추천제 등 부침을 겪었던 음원차트가 건전한 음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불투명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매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건전한 유통 질서 마련을 위한 업계의 꾸준한 노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변화도 좋지만 음악 본질의 가치마저 사라지면 아무 의미도 없다. 좋은 음악이 우선이다. 잠깐의 실시간 1위, 검색어 1위보다 중요한 건 결국 좋은 콘텐츠다. 케이팝의 경쟁력은 대중의 다양한 취향이 고루 발전할 수 있는 균형잡힌 시스템에 있다.

- 대중음악전문기자 박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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