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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시크한가요] 못 믿을 가요 시상식, 패 좀 까봅시다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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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많았던 연말 가요 시상식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음원 플랫폼, 케이블 방송사, 언론사, 음악 협회 등이 너나할 것 없이 시상식 개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새로 생겨난 시상식만 무려 4개다. 스타뉴스 주최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가수-배우 통합), 소리바다 주최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드', MBC플러스-지니뮤직 공동 주최 'MGA', 대한가수협회·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6개 음악 단체가 공동 주최한 '한국대중음악시상식' 등이다. 

일간스포츠 주최 '골든디스크 시상식', 스포츠서울 주최 '서울가요대상',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주최 '한국대중음악상', CJ ENM 주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카카오 주최 '멜론 뮤직 어워드', 가온차트 주최 '가온차트뮤직어워드' 등 기존에 존재하는 시상식까지 합치면 연말연초에 열리는 가요 시상식만 총 10개다. 시상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주최 측 입장에서 시상식은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기본. 티켓 판매, 유료 투표, 중계권 판매 등을 통한 수익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후원사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 음원플랫폼의 경우 투표를 구실로 유료 회원을 유치하기에도 좋다. 그렇기에 향후 시상식이 더 많이 생겨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시상식은 갈수록 많아지는데, 정작 믿을만한 시상식은 많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최 측들은 공정성, 형평성,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규모를 키우고 화려한 라인업을 짜는 데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획사 입장에서는 굳이 권위가 없는 시상식에 자사 가수들을 내보낼 이유가 없다. '매체 파워'보다 '스타 파워'가 강력해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시상식을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트로피로 유혹을 한다. '나눠먹기식 시상식', '특정 기획사 몰아주기식 시상식', '출연자 우선주의식 시상식'의 구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시상식이 대상만 3~4개. '한류', '베스트' 등 그럴싸한 이름을 갖다 붙인 정체불명상이 수두룩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수상 결과는 매년 나온다. 

올해 첫 돛을 올린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의 경우 팬 투표로 수상자를 가리는 인기상을 두 팀에게 주는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주최 측은 "'모두의 축제'로 만들자는 뜻에서 1,2위 모두에게 상을 줬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은 '기만행위'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년째 얼토당토않은 시상식을 지켜 본 K팝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주최 측이 먼저 자성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규모를 키우고 화려한 라인업을 짜는 데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공정성, 형평성, 투명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를 고민해야할 때다. 

사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음반 및 음원 점수, 온라인 투표 점수, 심사위원 점수 등 후보 및 수상자를 선정한 정확한 데이터만 공개해도 시상식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당하게 패를 공개하면 일은 비교적 간단히 풀릴 수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영화제에서는 이미 시행한 일이다. 청룡영화상, 대종상 등이 수상자 발표 후 채점표를 공개해 호평 받은 바 있다.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해 투명성이 향상되면 '스타 파워'를 앞세워 트로피 향방과 큐시트 순서를 좌지우지 하는 일부 기획사의 '갑질'도 자연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지금 당장 문을 닫고 간판을 내리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특정 집단의 홍보와 돈벌이 수단을 위해 운영되는 시상식은 K팝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그래미 어워드' 탄생은 바라지도 않는다. 수상자 명단을 봤을 때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시상식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글=노컷뉴스 김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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