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슬
2024.10.11 10:11
모든 날 건행 기원하며 응원합니다
[정보·이슈]
#2. 우리 형, 임영웅
그래요 그대여 내 맘에
언제라도 그런 발자국을 내어줘요
그렇게 편한 숨을 쉬듯이
언제든 내 곁에 쉬어가요
-
‘모래 알갱이’ 중
임영웅이 남들이 안 한 것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데뷔 때부터 줄곧 물고기뮤직과 함께여서다. 오디션에서 우승하며 거대 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다. 물고기뮤직은 거대한 엔터사는 아니지만 임영웅의 본심을 자본의 논리로 희석하지 않는 곳이다. 물고기뮤직의 신정훈 대표는 임영웅에게 “어떨 때는 형 같고 정말 어른 같기도 하고 심지어 아버지 같기도 한 분”이다. 신 대표는 2016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머니와 둘이 산다는 이야기를 밝게 하는 임영웅의 건실함이 보기 좋아” 그와 계약을 맺었고, 〈미스터트롯〉에 출연할 당시에는 정작 무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임영웅의 구두 바닥까지 깨끗이 닦아줬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생각하는 게 무명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한 물고기뮤직과 임영웅의 태도다. 만약 그가 거대 기획사 소속이었다면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만큼 잔디를 보호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잔디만 생각한 건 아니다. 관객이 그라운드에 들어올 수 없는 대신, 임영웅은 경기장을 몇 바퀴고 돌았다.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면서, 때로는 비를 맞으면서. 단 한 명의 초대 손님도 없이, 다른 멤버도 없이 홀로 꽉 채운 세 시간이었으나 음이탈이나 가사 실수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달렸다. 2층에 있는 관객을 만나기 위해, 시야가 제한된 객석의 눈에 보이기 위해.
임영웅의 공연은 원팀의 힘을 보여준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을 위해 동원된 댄스팀만 150명이 넘는다. 거기에 임영웅 밴드와 코러스팀, 무대연출팀은 이미 그와 오랜 인연을 맺은 사이다. 보안팀과 안내팀은 또 어떤가. 이들은 ‘임영웅 공연’이 가지는 가치를 공유한다. 관객과 팬들을 손님으로 대하지 않고 공연의 주인으로 여긴다. 임영웅부터가 “임영웅이 있어서 영웅시대가 있는 게 아니라 영웅시대가 있어서 임영웅이 있다”고 강조한다. 어떤 도우미는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을 직접 업고 2층 객석까지 모셔다드리기도 했다. 임영웅은 공연 중 그 스태프를 찾아 “당신이 정말 히어로”라고 말했다. 이게 임영웅의 원팀이 공유하는 가치다.
멤버들은 임영웅의 공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임한다. 임영웅은 밴드팀과의 합주나 안무팀과의 연습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이들을 최고로 대접해 준다. 늘 최고의 식사를 준비하고, 젊은 안무팀에게는 도시락에 치킨도 더해 준다. 이들에게 임영웅은 ‘우리 형’이고, 임영웅도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살뜰히 대한다.
영웅시대도 임영웅에게 그런 대접을 받는다. 임영웅은 공연 중 직접 열기구를 타고 소외된 좌석에 앉아 있는 이들을 찾아갔다. 비가 와서 미끄러운 중에도 그는 “축구도 수중전이 재미있다”며 “하늘에서 특수효과까지 내려준다”고 웃었다. 객석에는 처마가 있지만 정작 비를 쫄딱 맞은 건 그 자신이었다. 고소공포증으로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영웅시대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너무 넓어서 열기구(헬륨기구)를 타게 됐다. 여러분과 눈을 마주치고 싶다. 다만 2층 바닥이 미끄러우니 앉아서 봐달라. 내가 여러분 곁으로 다가가겠다”라며 그 위에서만 세 곡의 노래를 불렀다.
임영웅은 이미 관객 모두를 위해 고급 우비를 준비했고, 그럼에도 객석이 미끄러울까 봐 공연 내내 안전을 외쳤다. 공연 중 그는 “안전제일이다. 혹시라도 힘들면 참지 말고 진행요원에게 말해 달라. 옆 사람이 힘들어 보여도 그렇게 해달라. 오늘이 아니어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마시라”며 너른 연령대의 관객을 아울렀다.
임영웅과 영웅시대 2편으로 이어집니다.
✍️유슬기 기자
* 해당 기사는 <topclass> 10월호 지면(총 12p)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최신 순으로 자동 분류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