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로 숨진 승객들과 유가족을 위로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임영웅 리사이틀’(리사이틀)에서 오프닝 곡을 마친 후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들 앞에 인사드리게 됐다”면서 “비행기 사고로 소중한 생명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끼면서 희생자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 시작 전 사전 MC인 정성호는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자”며 수만 명의 팬들과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임영웅은 “비행기 사고라는 힘든 상황 속, 그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며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졌던 진심과 더불어 오늘 공연을 통해 희망과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영웅은 지난 27일부터 데뷔 이래 단일 공연 최다 관객인 12만 명을 동원하는 ‘리사이틀’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KSPO돔(9만 명), 올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10만 명) 공연에 이어 고척스카이돔에서 2만 명씩 6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임영웅노믹스’를 확장해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서사를 정리하듯 임영웅은 ‘리사이틀’을 통해 지난 행보를 돌아보고 초심을 되새겼다.
이 날 ‘영시의 이별’(배호), ‘동백아가씨’(이미자), ‘가슴 아프게’(남진), ‘사내’(나훈아) 등 평소 존경한다고 밝힌 선배들의 히트곡으로 서두를 장식한 임영웅은 그의 인기 기반이 된 트로트 위주로 세트리스트를 꾸며 눈길을 끌었다. 트로트 데뷔곡인 ‘미워요’를 부른 데 이어, 세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또 다른 데뷔곡인 ‘소나기’는 반주없이 라이브로 부르며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서 불러보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공연 때 트로트 메들리를 부르며 ‘트로트만으로 채워도 재미있겠다’고 힌트를 드렸다. 트로트만 하면 지겨워 하실까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가득채워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여기서 1년 묵은 스트레스를 풀라”고 당부했다.
임영웅은 같은 모티브로 만든 선배와 자신의 곡을 번갈아 부르기도 했다. ‘소나기’에 이어서는 ‘빗속을 둘이서’로 온기를 전했고, 별을 노래한 고(故) 현철의 ‘내 마음 별과 같아’와 자신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연이어 불렀다. 그러면서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사랑받으며 큰 힘을 주는 선배님들이 덕분에 제가 존재할 수 있었다”면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걸어간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무처럼 묵묵히 함께 걸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다”며 조용필의 ‘걷고싶다’를 선곡했다.
아울러 임영웅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콘셉트로 꾸민 미니 드라마를 보여주며 ‘사랑님’, ‘쓰러집니다’ 등 ‘뽕기’ 가득한 트로트와 함께 안무를 선보였고, 라디오 DJ로 분해 ‘천생연분’, ‘슬퍼지려 하기 전에’, ‘김미 김미’ 등 1990년대를 풍미한 댄스곡도 소화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끝으로 퇴장했던 임영웅은 2만여 관객들의 “앙코르” 연호에 다시 무대 위에 올라 자신의 히트곡 ‘두 오어 다이’(Do or Die), ‘홈’(Home), ‘히어로’(Hero) 등을 부르며 3시간에 육박하는 공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날 임영웅은 탄핵 정국 속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너무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죄송하다.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저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노래로 즐거움과 위로, 기쁨을 드리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뵙겠다”며 고개숙였다.
‘리사이틀’이 시작된 27일 고척스카이돔 주변은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공연 2∼3시간 전부터 그를 상징하는 푸른색이 넘실거렸다. 인근 상인회는 그의 콘서트를 반기는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상가에서는 그의 히트곡이 흘러나왔다. 임영웅은 추위를 우려해 공연장 곳곳에 간이 히트를 배치했고, 입장객 전원에게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무릎담요를 선물했다.
하지만 29일 여객기 사고 소식 후에는 공연장 안팎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임영웅은 선곡 및 공연 중간 관객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도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고, 관객들 역시 이런 분위기에 동참했다.
한편 추모 물결은 다른 연말 공연장에도 이어졌다. 성시경, 자우림 등은 29일 공연을 시작하며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가수 지드래곤, 배우 고소영 등은 SNS를 통해 헌화와 함께 추모에 동참했고, 각 방송사는 연말 시상식 취소 및 축소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