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노래 고수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소리는 풍부한 공명으로 강하고 깊이 있게 뻗어 나가며 호흡은 부드럽다. 에너지는 파워풀하지만 소리는 오히려 부드럽게, 그리고 혀는 강하지만 입술은 부드럽게 움직인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올라갈 때도 발음과 소리 모두 레가토한 느낌으로 유연하게 흐른다.
같은 노래라 해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각자의 구강구조와 소리의 차이, 그리고 감정을 싣는 방식 등 여러 이유 때문이다. 맑고 깨끗한 음색이 있는가 하면 굵고 어두운 색조의 음색도 있고 처량하기 그지없는 애수 띤 음색도 있다.
이처럼 소리의 다양성이야말로 음악을 듣는 사람에겐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로 다가온다. 임영웅은 지금까지 언급한 이 모든 걸 갖춘 소리의 고수다.
임영웅은 육성(진성)이 좋은 보컬이다. 발성을 통해 육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의 육성을 살리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만의 좋은 음색과 매력이 잘 부각된다. 말할 때는 물론 노래할 때의 음색도 신뢰감을 주는 보이스다. 저음에서 중음 고음까지 전 음역이 고른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 큰 강점이라면 그 어떤 노래에서도 한치 흔들림 없이 ‘오버’하지 않는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바이브레이션은 음을 좀 더 오래 끌 수 있게 하고 소리를 안정적으로 내는데 기여한다. 바이브레이션을 쓰지 않으면 음이 불안하거나 음역이 떨어질 수 있고, 호흡도 짧아진다. 가수에게 바이브레이션은 마치 조미료 또는 그 이상의 레시피인 것이다. 트로트 가수들에게서 유독 많이 들을 수 있는 게 바이브다. 그러나 임영웅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바이브를 구사한다. ‘아저씨스럽지’ 않고 깔끔 세련되게 다가오는 것이다.
임영웅은 매우 부드럽고 비트가 부각되는 곡에서조차 그 유연한 흐름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소리가 마치 맞춤복의 편안함처럼 비트에 착착 달라붙는 것이다. 서정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 세련된 자기 연출력도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결의 감정선 연출은 임영웅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노래는 좋은 멜로디를 타고 가사가 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므로 무엇보다도 발음의 정확성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발음에만 너무 집착하게 되면 소릿결의 흐름을 건드려 부자연스러운 진행이 돼버린다. 따라서 소리 라인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가운데 발음이 나와야 한다. 물론 여기엔 호흡의 역할도 중요하다. 몸에서 공명이 일어 성대를 타고 소리가 나오지만 그 최종적인 단계는 입술이다. 입술에서 가사가 전달되고 각종 표현이 완성되는 것이다. 입술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임영웅은 가사 전달력에 있어서도 엄지척이다. 자로 잰듯한 음정의 정확함 또한 말해 무엇하랴.
이처럼 임영웅은 턱-입술-혀라는 삼위일체의 좋은 표본인 셈이다.
탁월한 소리 컨트롤, 형형색색 풍부한 감정선의 소유자임에도 어떠한 노래에서건 ‘최적화’된 상태는 기본이다. 결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대한민국 모두가 주목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스타가 된 지금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몸에 밴 겸손, 가식이라곤 전혀 없는 순진무구는 여전하다. 자칫 영악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을 만큼 처음 모습 그대로다. 우리 모두 그렇게 강조하건만 시간과 함께 멀어지게 되는, 따라서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초심’, ‘진정성’이란 소중한 가치/애티튜드의 아이콘처럼 되어버린 그. 결코 언제 끝날지 모를 ‘영웅전설’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임영웅이란 빛깔이 세계 속으로 파장을 더해가며 오래오래 지구촌 전역에 감동의 여운을 전해주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