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가수가 사회적 현상이 될 수 있을까. 2020년 이후 대한민국 대중문화 지형을 들여다보면, 그 질문에 대해 단호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름이 있다. 바로 임영웅이다.
임영웅은 트로트라는 익숙하지만 한동안 대중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던 장르를 다시 무대 중앙으로 불러낸 주인공이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우승 이후 그의 이름은 곧장 브랜드가 되었고, 그 브랜드는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과 신뢰를 상징하게 됐다.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음원 차트는 물론 방송, 광고, 공연 등 모든 영역이 즉각 반응한다. 팬덤의 충성도와 영향력은 여느 K-팝 아이돌 못지않다 못해, 때로는 그 이상이다. 이쯤 되면 ‘국가권력급 인기’라는 표현도 과장이 아니다.
임영웅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은 기본이다. 그러나 임영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진정성’이다. 화려함보다 담백함, 과시보다 공감. 그의 음악과 행보에서는 일관된 진심이 느껴진다. 이는 특히 중장년층 여성 팬들에게 강력하게 작용했다. 그들의 지지와 애정은 단순한 팬 활동을 넘어 사회적 실천으로도 이어진다. 임영웅의 생일이나 음원 발매일마다 펼쳐지는 대규모 기부와 봉사 활동은 ‘선한 영향력’의 좋은 사례로 회자된다.
흥미로운 것은, 임영웅의 존재가 문화계 안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강한 파급력을 가진다. 주요 언론사 포털 기사 댓글 창을 보면, 정치 뉴스보다 임영웅 관련 기사에 더 많은 댓글과 관심이 몰린다. 일부에서는 “그는 정당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말까지 나온다. 과한 비유일 수도 있지만, 그 말 안에는 대중이 가진 정서적 갈증이 묻어난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 ‘말보다 노래로 위로하는 사람’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방증이다.
임영웅은 지금,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거울이다. 그의 인기에는 단순한 스타 시스템의 작동 원리 그 이상이 담겨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싶은지, 누구에게 위로받고 싶은지,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영웅’을 필요로 하는지를 말해준다.
트로트의 전통성과 K-팝의 대중성, 그리고 시대의 정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임영웅은 그 모든 것을 조율하며 오늘도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지금, 영웅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