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신개념 공연’이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8월 25일 초연되는 ‘더 스테이지’가 그것으로, K팝과 뮤지컬을 결합해 ‘K팝시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대중음악과 뮤지컬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대부분 기존의 대중음악을 뮤지컬 형식에 맞게 편곡하거나 반대로 뮤지컬 넘버를 대중음악과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수준에 그쳐, 어느 정도 틀에 갇혀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 스테이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일단 공연에 사용되는 모든 곡을 K팝 장르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냈다. 여기에 각 곡마다 퍼포먼스까지 준비해 마치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속으로 보는 듯한, 기존 뮤지컬과는 전혀 결이 다른 공연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 역시 대부분 데뷔 경험이 있는 K팝 아이돌 출신을 캐스팅해 한층 더 K팝과 뮤지컬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룹 지비비 출신 트로트가수 두리, ‘보이스 코리아 2020’ 출신 김예준, C-Clown 출신 서우연, 매드타운 출신 송재호, VX 출신 김동준, 바시티 출신 조다원, 싱어송라이터 지진석 등)
‘더 스테이지’의 연출을 맡은 신동일 연출은 “K팝이 가진 힘과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신선한 공연이라는 점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며 ‘더 스테이지’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더 스테이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신동일 연출에게 들어보았다.
▲이하 일문일답
Q. 일단 ‘K팝시컬’이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고 시작해야할 것 같다.
신동일 “제작사인 BK플래닛의 백인권 대표님이 K팝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K팝이 한국 대표 브랜드 사업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폭넓게 공연계와 접목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시작이다. ‘K팝이 공연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하며 될까’하는 주제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다. 뮤지컬에는 음악과 춤, 연기가 다 들어가지 않나. 그런데 여기에 K팝이 중심이 되면 새로운 장르가 될 것 같았다. 아직 그런 게 없어서 ‘K팝시컬’이라고 가칭을 만들었던 게 여기까지 왔다. 뮤지컬 넘버 대신에 K팝 노래들이 중심이 되고, 공연에 맞게 K팝 노래들이 작곡 되고 사용될 거다. 처음 도전이다보니까 복잡하고 화려한 공연을 만들기보다 웃음과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고 해서 아이돌의 성장기를 다뤄보자고 했다”
Q. 그럼 공연의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나?
신동일 “내용은 아이돌을 꿈꾸는 5명의 친구들이 있는데, 소속사가 부도가 나면서 그 꿈을 접을 위기에 처한다. 그 와중에 1.5세대 아이돌로 활동한 여자 대표를 만나 새롭게 출발하려고 한다. 이들을 연습시키고 데뷔시키려고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아서 화려하게는 데뷔를 못하게 된다. 그래도 멤버들은 그래도 끝가지 해보자 해서 버스킹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아이돌이 데뷔하는 과정과 그 애환을 녹이려고 한다. 이 시장이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그 내면에는 어떤게 있는지 다루려고 했다. 연출로서는 희망이라는 게 밝은 곳에 만 있지 않는게 아니라 어두운, 어려운 곳에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
Q. 아이돌 시장에 대한 분석이 상당히 디테일한 것 같다.
신동일 “작년 12월에 콘셉트 회의를 시작해서 작품이 대본화가 되기까지 기획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 퍼포먼스 위주로 할까 정말 뮤지컬처럼 할까 고민했는데, 우리가 찾은 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보자고 한 거다. 그러다보니 아이돌 성장기의 어두운 부분도 다루고자 했다”
Q. 그렇다면 ‘더 스테이지’의 타겟층은 뮤지컬 팬인가 케이팝 팬인가?
신동일 “주타겟은 역시 K팝 팬들이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K팝은 이미 완성된 걸 완성된걸 보지만, 우리 공연은 화려함 속에 담긴 그들의 진짜 삶을 담으려고 했다. 아이돌이라는 안에 있는 내면의 슬픔, 데뷔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런 걸 공연으로 만들려고 했다”
“K팝 노래는 보통 3분 30초 길이를 기준으로 풀어낸다. 그 안에 드라마가 들어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만들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신선하지 않나 싶었다. (뮤지컬)공연에서 K팝 노래를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뮤직비디오를 쭉 보는 듯한 느낌일거다. 춤과 안무도 거기에 맞게 하려고 한다”
Q. 곡은 어떤 곡이 사용되나?
신동일 “기존에 발표된 곡을 쓸까 했는데,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보니 현재 활동하는 작곡가를 통해 새로운 곡을 작곡해보는 쪽으로 정했다. 11곡의 넘버가 있고, 브랜뉴뮤직 소속의 DJ쥬스가 작곡을 맡았다”
Q. 그래도 한 곡정도는 알려진 곡을 사용하는 게 K팝 팬들에게 더 어필이 되지 않겠나?
신동일 “사실 단순히 공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음원도 발매할 생각이다. 관객들에게 통하면 이 노래들이 알려질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하려 한다”
Q. 음원 발매는 어떤 식으로 할 계획인가?
신동일 “전곡 곡을 발매할지 몇 몇 곡만 발매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처럼 타이틀곡을 선정해 활동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이 부분은 코로나 때문에 가능 할지 잘 모르겠다”
Q. 활동을 하게 된다면 활동 멤버는 어떻게 정하게 되나?
신동일 “일단 출연진이 한다. 공연이 더 알려지면 추가멤버도 캐스팅하려고 한다. 지금모인 멤버들이 다 아이돌로 데뷔했거나 연습생을 했던 멤버들이다. 앞으로도 그런 친구들을 초대해서 섭외하려고 한다”
출연 배우들의 연습모습, 사진제공=BK플래닛
Q. 캐스팅은 어떻게 했나?
신동일 “공개 오디션을 통해서 했다. 많은 친구들이 지원을 해줬다. 배역 오디션도 보고 4차까지 면접을 보고 섭외가 완료됐다”
Q. 추가 멤버는 기존 지원자 중에서 더 캐스팅을 하는 것인가?
신동일 “아니다. 오디션을 다시 볼 거다. 처음부터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 친구들은 캐스팅을 안했다”
Q. 솔직히 출연진의 인지도가 높으면 아무래도 알리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신동일 “공연 취지도 있고, 사실은 우리도 알아보긴 했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은 지원을 많이 안했다. 하하.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더 알려지면 더 지원자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성공을 할지 어떨지 모르겠다. 기존에 해 본 공연이라면 가늠이 될 텐데 그렇지가 않다. 실패하든 아니든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다. 최대한 많은 관객을 만나려고 한다”
Q. 그럼 신동일 연출님은 연출자로서 이번 공연의 어떤 부분에 끌렸나?
신동일 “연출은 창작자의 개념이 크다. 나는 아직 나를 젊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아티스트로 고착화 되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아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게 두렵다. 새로운 걸 찾는 게 연출이란 직업이라서 그렇다. 정형화 될까 두려웠다. 나에게 이 장르가 매력적이었던 건 아무도 해보지 않은 장르라는 점이었다. ‘K팝을 가지고 만들 수 있을까?’, ‘드라마 구성이 될 수 있을까’하는 지점들을 고민했고, 뮤지컬스럽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나에게 흥미로운 지점은 아직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과 기대감이었다”
“2009년에 파리에서 유학을 하는데 K팝 덕후들이 있더라. 그 친구들이 불어를 가르쳐주고 나는 한국어를 가르쳐줬다. 그러면서 K팝의 위력을 느꼈다. 한국의 K팝이 대단하다는걸 프랑스에서 느꼈다. 그때부터 가능성을 봤다. 이런 경험도 이번 공연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케이팝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느꼈다”
Q. 흥미로운 이야기다. 연출님의 이력을 보니 정통극도 많이 했지만, 행사 연출도 많이 했더라.
신동일 “내가 평창 동계 패럴림픽하고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폐막식 연출부에도 있었다. 그때 충격적이었던 게 예술이라는 장르가 기술과 콜라보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시대에 필요한 공연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한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연극이나 공연 오페라 등이 너무 정형화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시대는 발전하는데 공연은 머물러있지 않나 싶었다. 공연예술이 고착화되다보니 시도를 잘 안하는 것 같다. 공연도 시대에 맞게 발전 되어야한다. 관객들은 이 시대에 맞는 공연을 원한다. 영화도 다양한 시도와 함께 양적, 질적 발전을 하니까 관객들의 수준이 함께 올라갔다. 공연도 진일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팝시컬이 그런 시도의 첫 발이 됐으면 하는 거다. 뮤지컬에 세련미를 더하고자 했다”
출연 배우들의 연습모습, 사진제공=BK플래닛
Q. 음악을 맡은 DJ쥬스와의 호흡은 어떤가?
신동일 “그게 어려운 거 같다. 그분도 그 분야에 오래했고 나도 공연을 오래하다 보니 서로 고착화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계속 교집합을 만들고 있다. 회의만 50번 넘게 했다. 아까 말했드이 K팝은 3분30초가 기본인데 뮤지컬은 그렇게 긴 곡이 거의 없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다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K팝시컬이 뭔지 아무도 모른다. 그걸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다. 유일한 규칙은 ‘K팝이 바탕이 되는 공연을 만들고, 아이들의 성장기를 다루자’였다. 새로운 뭔가를 만들고 있다”
Q. 현재 작업은 어느 정도 진척되었나?
신동일 “작품은 50%정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이 중요해서 그쪽에 공을 들이고 있다”
Q. 노래는 다 완성이 됐나?
신동일 “70%정도 만들어졌다. 지금 편곡중이다. 가사는 스토리가 있다. K팝적인 부분이 필요하면 가사의 수정을 하고 그런다. 그런 스토리와 음악의 조화도 부분도 포인트이다”
Q. 배우들은 어떤가?
신동일 “지금도 연습을 하고 있다. 아이돌들은 일단 성실함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더라. 얼마나 치열한 건지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정말 성실해서 놀랐다. 아쉬운 건 연기력의 부분인데, 그것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블 캐스팅이라서 서로 일정상의 문제가 없게끔 연습을 하고 있다”
출연 배우들의 연습모습, 사진제공=BK플래닛
Q. 새로운 것이라곤 하지만, 공연이 반복되다보면 결국 고착화되고 뮤지컬로 취급받는 건 아닌가?
신동일 “그래서 이번 공연뿐만 아니라 시즌 2, 3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시즌2가 논의 중이다. 또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입국이 안 되지만 앞으로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 산업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가고 있다. 하하”
Q. 요즘 공연 업계가 힘들다. ‘더 스테이지’를 어필할만한 무기가 있나?
신동일 “우선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10대, 20대 팬들, 마니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보여준다는 게 메리트다. K팝을 향유하는 또 하나의 방법과 기회를 줄 수 있다”
Q.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가?
신동이 “새로운 걸 만들다보니까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가능성이 있는지 나에게 자문하는 경우가 있다. 또 K팝 안무로 드라마를 만들고 공연을 만드는 게 재밌으면서도 어렵다. 나는 설령 이 공연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만족감이 있을 거 같다. 뭔가 했다는 걸 느낄 거 같다”
Q. 그럼 반대로 성공했다고 느낄 지점은 어디쯤인가?
신동일 “관객들이 새로운 장르를 봤다고 느꼈을 때?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본 느낌을 얻고 아이돌 시장에 새로운 것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능성을 봤다고 생각한다. ‘K팝 넘버를 가지고도 공연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흔한 뮤지컬 형식을 탈피하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의 서커스’도 서커스를 이용해 뭔가를 만든 거다. 그 안에 기술과 자본이 들어가 새로운 게 된 거다. 우리도 K팝으로 그런 걸 하려는 거다”
Q. 관객이 뭐라고 평가했으면 했으면 좋겠나?
신동일 “‘신선하다’, ‘새로운 매력이 있다’라고 듣고 싶다”
최현정 기자 gagnrad@idol-chart.com 저작권자 ⓒ 아이돌차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