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진 가게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가게든지 간에, 그 식당에 단골이 많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라는 건 의외로 다양하다. 가격이 저렴해서일 수도 있고, 양이 푸짐해서일 수도 있다. 혹은 위치가 좋거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손님을 끌어 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첫 번째 이유는 역시 맛이다. 내세울만한 맛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말짱 도루묵이다.
램씨(LambC)는 이를테면 이런 특유의 맛을 지니고 있는 맛집 같은 싱어송라이터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유명 싱어송라이터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아직은 단골의 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한번 빠지면 좀처럼 끊을 수 없는 맛집처럼 점점 자신의 단골을 늘려가고 있다.
램씨의 맛은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고 있다. 그가 3년 전에 발표한 ‘러브 라이크 댓’(Love Like That)은 특별한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175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아직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은)스포티파이에서 그의 음악은 매달 꾸준히 17만회 이상 플레이 되고 있다.
그런 램씨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앨범 ‘송스 프롬 어 베드’(Songs from a bed)는 “기본에 충실한 앨범”이다. 이를 ‘램씨 특유의 맛에 집중했다’라고 해석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 맛의 풍미를 한층 더해줄 램씨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 이하 램씨와 일문일답
Q. 수염을 많이 길렀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램씨 “심경의 변화가 있다기보다 털이 원래 많다. 아침에 깎아도 점심에 (수염이)올라온다. 또 면도를 자주하면 피부가 안 좋아진다고 해서, 작년 단독 공연 끝나고 ‘그럼 차라리 길러보자’ 하고 기르고 있다”
Q. 앨범 재킷의 고양이가 눈에 띈다.
램씨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고양이 헌정 앨범이라기보다 작업을 할 때 항상 옆에 고양이가 있었다. 영감을 받긴 했다. 하하. 재킷은 ‘송스 프롬 어 베드’라는 주제에 알맞게 집에 있는 나의 모습을 그리자는 뜻이었다”
Q. 소소한 궁금증인데, 프로필 상에는 본명이 나오지 않는다.
램씨 “영어 이름은 그대로 ‘램’(Lamb)이었다. 한국 이름은 김하람이다”
Q. 미국에서 오랫동안 지냈는데 한국에 와서 음악을 학된 계기는 무엇인가?
램씨 “사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취업을 할 뻔 했었다. 사운드 엔지니어로 제안이 있었다. 그런데 내 삶을 엔지니어로 살고 싶지 않았다. 나를 위해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곡을 쓰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곡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믹싱과 마스터링도 직접 내가 다 한다”
Q. 그렇게 혼자 다하면 회사는 무엇을 해주나?
램씨 “회사에서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다. 하하. 회사에 딜을 많이 한다. ‘앨범에서 이런 부분을 세이브 할 테니 이런 부분에 더 신경 써 달라’ 그런식이다. 나는 여기서 줄일 테니 다른데에 써 달라는 느낌이다”
“올해는 해외 마케팅에 더 치중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못하고 있다. 해외 컬래버레이션도 많이 있었는데, 다 스톱이다. 내 팬 베이스가 해외가 더 크다. 그러다보니 그쪽으로 마케팅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Q. 해외마케팅으로 어떤 걸 준비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나?
램씨 “일단 태국 쪽하고 컬래버레이션 앨범을 하고 있다가 지금은 대기중이다.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중에는 마이클 캐리언 (Michael Carreon)이라는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할 예정이다. 내가 제작하고 온라인으로 할 수 있으니까 잘 진행할 수 있을 거 같다. 그 외에 88라이징의 컴필레이션 앨범 얘기가 있었고 해외 페스티벌도 초대도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갔다”
Q. 그럼 이번엔 뭘 어떻게 마케팅을 할 계획인가?
램씨 “나의 모토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내가 갖고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이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고 있고 음원을 만들고 있다. 일단 총알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언젠가 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많이 준비하고 있다. 또 유튜브로 ‘랜덤 라디오’를 운영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다음 주면 12회다. 열심히 하고 있다. 여기에 힘을 많이 싣고 싶다. 4월부터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하는데 꾸준히 청취자가 늘고 있다. 매주 월요일 9시에 한다”
Q. 해외에 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램씨 “아무래도 외국에서 살고 자라서 하는 음악이나 듣는 음악이 다 팝이었다. 한국음악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보니 쓰는 곡이 외국에 맞게끔 써지더라. 그러면서 수치가 오른게 아닐까 싶다”
Q. 그중에서도 ‘러브 라이크 댓’이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램씨 “나도 모르겠다. 시기가 좋았던 게 아닐까? 내 음악이 통한 거 같았다. 뮤직비디오 찍는데 2만원 들었다. 직접 편집하고 다 친구들이 나왔다”
Q. 그럼 이제 새 앨범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램씨 “이번 EP가 전작과 다른 점은 송라이팅 기본에 충실했던 것 같다. 작곡법이나 작사법에 신경을 썼다. 메시지도 다양하고 송라이팅도 내 음악적인 욕구를 많이 채웠다”
Q. 3곡은 영어 가사곡으로, 2곡은 한글 가사곡으로 앨범을 구성한 것도 뭔가 독특하다.
램씨 “곡을 많이 써놓는 편인데 곡마다 결이 있지 않나. 언어보다 결이 잘 어울리는 곡들로 구성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번 앨범은 날것의 정서를 중요시했다. 송라이팅에 충실한,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다”
Q. 각각의 곡 소개도 부탁한다.
램씨 “1번 트랙 ‘By Love’(바이 러브)는 내가 외국에 친구들이 많다. 그들이 인종차별이나 코로나19 등으로 타격을 받는 것을 보고 쓰게 된 곡이다. 우리가 좀 더 사랑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면 어떨까 해서 쓴 곡이다”
“‘I was wrong’(아이 워스 워롱)은 이별했기 때문에 그들의 미래를 알 수 없다고 쓴 곡이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더라도 어떻게 됐을지 상상은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후폭풍에 대한 이야기다. 자책이라기보다 인정을 하고 너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느낌이다”
“‘December’(디셈버)는 한국적인 요소들을 넣은 곡이다. 한국은 배달의 민족이지 않나. ‘나는 노래를 쓰는데 너는 핸드폰을 보면서 배달 뭘 시킬지를 보고 있다. 그냥 네가 먹고 싶은 걸 시키면 돼’ 그런 내용이다. 사실 12월하고는 무관하다”
“‘나이가 차오르니’는 내가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사랑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깨달을 때가 있다. 나이가 차다보니까 아는 것은 많아지는데 원하는 것은 모르겠는 상태에서 이 곡을 쓰게 됐다. 그런 허무감을 담았다. 그래서 후렴구에 ‘사랑노래를 부르는 내 꼴이 우습기도 한데’라는 내용이 있다. 그런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내가 솔직하지 못하다는 표현이다. 사랑이 고갈됐었을 때 쓴 곡이다”
“‘편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쓴 곡이다. 이 곡에는 다른 고마움에 대한 요소도 많고 내 음악을 기다려준 분들을 위해서도 좋은 위로의 곡이 되었으면 해서 쓰게 됐다”
Q. 앨범 자랑을 해본다면?
램씨 “자랑을 하기엔 너무 개인적인 앨범이다. 이 곡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쁜 상태이다. 혼자 한다면 이걸 내든 저걸 내든 상관이 없지만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니 서로 윈윈을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회사가 내가 원하는 걸 많이 맞춰주고, 내가 좋다고 한 것들을 내주는 것 자체로 좋은 것 같다”
Q. 그럼 앨범에 대해 한줄평을 해 본다면?
램씨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고 이번 자작곡들에 대해서 음악적으로 만족하는 앨범이다”
Q. 램씨에게 있어 그 기본이라는 건 어떤 것인가?
램씨 “갖고 있는 리듬이 좋은 곡이라고 판단되는 기준이 있지 않나. 얼마만큼의 발전가능성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좋은 곡은 기타하나 보컬 하나로도 좋아야한다는 게 내 판단이다. 편곡으로 예쁘게 감싸지 않아도 원래 곡이 좋으면 어떻게 편곡을 해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를 많이 제거했다. ‘아이 워스 워롱’도 다른 사운드가 더 들어가 있었는데 집중을 다른 데로 가져간다고 생각해서 빼버리고 그랬다. 사람들이 노래가 좋다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서 편곡을 했다. 내가 낸 앨범 중 가장 미니멀한 앨범이다”
Q. 이번 앨범도 성과를 기대하나?
램씨 “이번 앨범과 곡은 (전작들과) 노래 결자체가 다르다. 또 보통 타이틀곡은 신나는 곡을 선호해서 (기대감의)차이가 있다”
Q. 끝으로 요즘 삶의 낙이 있다면?
램씨 “요즘 삶의 낙은 고양이인 거 같다. 딱히 다른 취미가 없다. 예전엔 필름카메라였는데, 요즘은 잘 안한다. 최근에는 건강을 위해서 헬스를 다니고 있다. 그게 취미인 거 같다”
최현정 기자 gagnrad@idol-chart.com 저작권자 ⓒ 아이돌차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