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이트 최신 앨범 목록에 뜬 로꼬의 새 앨범 '헬로'(HELLO)를 듣다가 순간 멈칫했다. 2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오랜만이야'가 흘러나올 때였다. 재생바를 움직여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 들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였냐고? 아니다. 물론 노래도 꽤 좋긴 했지만 가사 내용을 정확히 다시 듣고 싶어서였던 이유가 컸다.
'여기도 똑같아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 돈으론 뭐든 사재끼지 조작이 가능해 / 내 친구도 제안 받은 적 있고 그걸 작업이라 부른대 / 난 궁금해 그들도 나처럼 무대 위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 사람들이 노랠 따라 부를 때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기분인지' - '오랜만이야' 가사 中
'혹시나' 싶어 다시 들어봤는데 '역시나'였다. 로꼬는 랩 가사에 '음원 사재기', 그리고 '음원차트 조작 논란'으로 상처가 난 가요계의 현실을 녹였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가사를 썼고, 과하지 않고 담담하게 친구에게 푸념을 하듯이 랩을 내뱉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울림이 있는 가사였다.
심지어 '오랜만이야'는 수록곡도 아닌 타이틀곡.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가사를 썼을까. 앨범이 입대일에 발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심하고 뼈 있는 가사로 화두를 던진 채 훈련소로 훌훌 떠나버린 것 같기도 하다.
유명 래퍼의 가사 소재가 되었을 정도로 가요계는 멍이 들어도 단단히 든 상황이다.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가수가 '악플' 세례를 받고 '평점 테러'를 당하는 모습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과연 1위를 할 만한 인지도가 있는 가수인가, 1위에 오를 정도로 노래가 뛰어나게 좋은가, 혹시 차트 그래프에 비상적인 변화나 움직임은 없었나. 대중은 차트 정상에 오른 가수와 곡을 쉽게 믿지 않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있다.
최근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곡인 우디와 그의 곡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1위 판정단'을 자처하고 있는 대중이 1위 가수와 곡으로 인정하지 않은 케이스다. 국내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음원사이트에서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의 평점은 5점 만점에 0.9점. 댓글창에는 '악플'이 수두룩하게 쌓여있고, 지금 현재도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중이다.
우디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 재킷, 사진제공|인디안레이블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 닐로와 숀을 둘러싼 음원차트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마지막 날, 두 가수의 소속사로 보낸 회신문에 담긴 내용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6대 음원서비스 사업자로부터 데이터 분석을 위한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지만 자료를 넘겨받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인 10월. 문체부는 그 후 외주업체에 데이터 분석을 의뢰했으나, 정작 결제 정보와 성별·나이 등에 대한 정보는 전혀 넘겨받질 못해 사재기와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음원서비스사업자들은 '보관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여서 제출을 못 한다' 등의 이유로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상처는 날이 갈수록 깊어만 간다. 그러나 정작 음원서비스 사업자들은 상처를 치료할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1위 판정단'을 자처하고 있는 대중이 깨끗하고 투명한 음원시장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실시간 차트와 급상승 차트는 지금도 여전히 경마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차트 순위 관련 의혹을 받은 가수들의 이름을 넣은 댓글로 온라인을 강타한 "'숀' 안대고 '닐로' 먹으려고. 이거 '오반'데?"는 얼마 전 "'우디'서 '숀' 안대고 '닐로' 먹으려고, 이거 '오반'데?"로 업데이트 됐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다. 과연 음원서비스 업체 '윗분'들은 이런 댓글을 보고 있을까, 혹시 로꼬의 노래는 들어봤을까. 만약 댓글을 보고 들었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로꼬가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땐 국내 음원시장이 돈으론 뭐든 사재끼고, 조작이 가능한 시장이라는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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