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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칼럼] ‘경고선’ 앞에 선 옐로우 저널리즘

2019.04.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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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조지프 퓰리처의 뉴욕 월드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모닝 저널은 기존의 딱딱한 신문에서 탈피해 경쟁적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 오락과 흥미 위주 요소를 전면 배치하며 업계를 장악했다. 이른바 옐로우 저널리즘(황색언론)의 탄생이다.

19세기에 시작된 옐로우 저널리즘은 그 선정성과 자극성 때문에 항상 비난과 비판을 달고 다니지만,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다수의 언론사들이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옐로우 저널리즘의 특징은, 높은 구독률이 곧 힘이자 수익으로 이어지는 언론사의 특성상 모든 비난과 부작용을 감수할만큼 매력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이 옐로우 저널리즘은 특히 엔터테인먼트, 연예계와 -썩 좋지 않은 쪽으로- 궁합이 잘 맞는다. 똑같은 사건이라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자,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스타들과 연루되면 사람들의 호기심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지금 당장 포탈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눌러보면 '헉'소리나고 '충격적'인 스타의 기사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사실 이제와서 옐로우 저널리즘을 근절하자고 목소리를 높여 봤자 공허한 외침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앞서 말했듯이 옐로우 저널리즘은 언론사 입장에서 -경쟁이 심화된 요즘엔 더더욱- 포기하기 어려운 유혹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옐로우 저널리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야할 이유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이다. 

자극이 반복되다보면 사람들은 둔감해진고, 언론사는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소재들을 찾아나선다. 이런 악순환이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선을 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선을 넘은 옐로우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사례가 오카다 유키코 투신 사건이다.

1986년 4월 8일 일본 신주쿠에 있던 선뮤직 건물 7층에서 당시 18세이던 일본의 아이돌 가수 오카다 유키코가 투신해 숨을 거두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더 충격적이었던건 이를 보도한 언론의 행태였다. 피로 얼룩진 흰 천에 덮힌 오카다 유키코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에서 내보낸다거나, 일부 잡지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은 오카다 유키코 시신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오카다 유키코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 행태는 옐로우 저널리즘과 연예계가 빚어낸 참극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비난을 받고 있다. 

자 그럼 다시 2019년 한국으로 돌아와보자. 2019년 1분기는 연예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정도로 커다란 사건들이 줄줄이 터져나온 시기였다. 

일단 버닝썬과 승리, 정준영 그리고 여기 연루된 여러 연예인들이 연일 검색어를 수 놓았고, '유일한 증언자'라는 윤지오의 등장을 계기로 故장자연 사건도 재수사에 들어갔다. 

당연히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문제는 선정성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승리와 정준영에 대한 기사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마약', '성접대', '몰카', '성관계' 등 자극적인 키워드를 항상 제목에 배치하고 있다. 설령 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슈를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기사들도 보인다. 차태현·김준호 내기 골프에 이수근이 동석했다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내기에 참여하지 않고 골프만 친 이수근을 굳이 언급한 건, 그가 과거 불법 도박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을 노리고 이슈를 의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압권은 지상파 뉴스들이다. 

-미리 말하지만 승리나 정준영을 옹호하는 게 아니다- 엄밀히 따져봤을 때 정준영의 카카오톡 대화 유출은 형법상 비밀침해죄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후 승리나 정준영 등에게 또 다른 범죄 혐의가 추가되는지에 따라 공익신고 제보자 보호조항에 따라 형을 감면 받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는 결국 SBS와 MBC, KBS 뉴스 등의 입수경로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로 입수한 대화 내용들을 바탕으로 자랑스럽게 언론재판을 열었고, 스스로 판관이 되어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켰다. 

물론 사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기 위해 이 정도의 초법 행위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일정부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마치 쇼프로그램을 진행하듯 '새로운 단톡방 멤버'를 예고하고, 하루에 한 명씩 명단을 공개한 보도 행태는 '공익'이 아니라 '시청률 장사'에 가까워 보인다. 

혹자는 이것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결국 핑계에 불과하다. 알맹이 없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들로만 가득찬 기사들이야말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주범이다. '버닝썬 게이트'와 '장자연 사건' 등에 대해 사람들이 바라는 건 확실한 진상 규명이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낱말들이 아니다. 

자극이 반복되면 둔감해진다고 했다. 그렇다고 점점 높은 수위의 자극만을 쫓는다면 제2, 제3의 오카다 유키코 사건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참극이 벌어지고 나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은 법이다. 

최현정 기자 gagnrad@idol-ch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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