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9일 여의도에서는 지금의 트와이스를 탄생시킨 ‘식스틴’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당시 현장에서는 '외국인 멤버들을 대거 발탁한 이유가 무엇인지'가 화두가 됐고, 이에 대해 박진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팝음악의 점유율이 90%를 넘기고 뉴키즈온더블록 내한때는 압사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팝음악이 한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면 한류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은 일방적인 수출이 아니라 교류라고 생각한다. 문화 교류가 일어나고 이어져야 한다. 그럼 교류라는 게 뭐냐? 그 나라 문화에서 살고 경험을 쌓은 친구가 우리나라에서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일방적인 수출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어린 친구들을 발굴해서 최선을 다해 성장하게 도와주는게 우리가 할일이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일리있고 설득력있는 이야기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것은 숱하게 증명된 하나의 법칙으로, K팝 시장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류'를 위해 일본인 멤버 3명과 대만인 멤버 1명을 발탁한 트와이스가 이제는 JYP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아시아 원톱 걸그룹'으로 성장한 것도 박진영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큰 증거이다.
외국인 멤버가 대거 발탁된 트와이스는 ‘아시아 원톱 걸그룹’으로 성장했다.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갑자기 웬 옛날이야기인가 하겠지만, '한류를 위해 교류가 필요하다'는 박진영의 외침은 지금도 한창 진행중이다. 한국의 연습생들과 일본의 48그룹의 멤버들이 출연하는 '프로듀스48'이 현재 방영중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스48'은 박진영이 주장한 '교류'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프로그램이다.
한일 양국의 연습생과 아이돌이 한데 모여 트레이닝을 받고, 상대방의 문화를 배우면서 성장해 나가,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게 한다는 '프로듀스48'의 취지는 박진영의 말과 판에 박은 듯 똑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프로듀스48'은 모두에게 환영받지는 못한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프로듀스48'은 한국의 연습생과 일본의 48 그룹 멤버들이 참가자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일본 참가자들의 인성논란, 우익논란 등이 반일감정과 뒤섞여 시작도 하기전부터 논란이 일어났었다.
3회까지 방송된 현재는 이런 논란이 다소 줄어들긴했지만, 반일 감정을 앞세우는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론 과거 청산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라는 키워드가 주는 반감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납득하는것이고, 또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부정을 막아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민간차원의 '교류'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일본 제품을 쓰거나 일본에 여행을 갔다왔다고 해서 이를 비난한다면, 오히려 이를 비난하는 쪽이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다.
가요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그룹이 정상에 오르고, 또 수많은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마당에 '일본이니까 안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프로듀스48'은 한국과 일본의 교류 프로젝트이지, 일본을 미화하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한국과 일본의 국가대항전도 아니다. 공연한 자존심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반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 가요계 사상 초유의 대규모 교류 프로젝트를 한국의 방송사가 제작하고 방송한다는 점은 응원을 받아야 할 부분이다.
일방적인 수출에 가까웠던 한류가 혐한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급격히 식어버린 것도, 일본인 멤버가 대거 포함된 트와이스가 꺼져가던 한류의 불씨를 다시 되살린 것도 우린 똑똑히 목격했다.
일방적인 압박이나 무조건적인 배척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프로듀스48'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민간 문화 교류 프로젝트로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를 지닌 프로그램이다.
잠시동안 해묵은 감정을 내려놓고, 이런저런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판단하자. 비판과 비난은 그 다음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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