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아연과 관련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공감’이다.
실제 백아연의 대표곡이자 음원차트를 장기집권 했던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나 ‘쏘쏘’ 모두 20대 여성들의 공감을 잘 이끌어 냈다는 평이다.
백아연이 공감을 이끌어낸 방법은 ‘디테일’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럴거면 그러지말지’와 ‘쏘쏘’ 등 백아연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곡들은 대부분 상황이나 심리상태를 디테일하게 표현해 마치 한편의 짧은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또 이런 세세한 이야기가 ‘나’와 겹쳐질 때, 더욱 강한 설득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이에 당연히 앞으로도 ‘백아연의 음악’은 ‘디테일의 음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백아연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백아연은 “내가 가사를 쓸 때 안 좋은 점이 ‘설명충’이 된다. 한 문장으로 의미전달을 하면 좋겠지만, 가사 1절, 2절, 3절이 다 다르다. 그래서 (중간을 놓치면) 무슨 뜻인지 몰라 더 듣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하하”라며 웃었다.
백아연의 이 발언을 자기부정이나 비하, 그외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이 발언에서 백아연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설명충’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문장으로 의미전달’이다.
즉, 좀 더 효율적이고 다양하게 가사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가수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가수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만큼 소화할 수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백아연의 가사에 대해 이처럼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그녀의 신곡 ‘마음아 미안해’가 발라드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금껏 백아연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처절한 발라드’다.
물론 그녀의 빼어난 보컬실력은 ‘K팝스타’ 때부터 잘 알려져 있지만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새침하고 트렌디한 팝스타 같은 이미지의 백아연이 이 타이밍에 이런 처절한 발라드를 선택한 건 다소 의외다.
이에 이야기를 나눠본 백아연은 꼭 이번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로 꽤나 의외의 면모가 많은 가수이자 청년이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한대로의 이미지도 있었다-
솔직히 백아연이 어떤 예능적인 ‘재미’가 넘치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끊임없이 ‘흥미’를 유발시키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이하 백아연과의 일문일답
Q. 일단 첫 질문은 소감이다.
백아연 “오랜만의 컴백이라 떨린다. 좋아하는 발라드로 컴백해 굉장히 기분이 좋다”
Q. 공백기가 꽤 길었는데 근황이 어떤가?
백아연 “‘달콤한 빈말’ 끝나고 곡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사이 대만에서 팬미팅도 있었고 디즈니 콘서트에도 섰다. 대부분의 시간을 곡 작업에 몰두했다. 그동안 녹음했던 걸 수정하는 게 많았다”
Q. 이번 앨범에는 자작곡이 수록되지 않았다. 이유가 있나?
백아연 “들려드렸는데 (채택이)안된 것도 있고, 나중에 나올 곡도 있다. 다음 (앨범) 나올 계획도 구상중이다”
Q. 녹음한 걸 수정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을 신경 썼나?
백아연 “처음 녹음했을 때는 테크닉만 중시했다. 노래를 연습할 때 ‘소리를 잘 내야 돼, 예쁘게 해야 해’ 그랬는데, 이번엔 감정에 더 집중을 한 거 같다. 틀리지 않은 것도 중요하지만 감정에 힘을 많이 썼다”
Q. 이미 발표한 곡 중에 다시 녹음해서 발표하고 싶은 곡도 있나?
백아연 “‘달콤한 빈말’. 라이브를 하다보니까 다시 녹음하면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녹음할 때는 가사도 또박또박하고 그런 (외적인)것에 신경 썼는데 지금 녹음하면 (감정을)잘 표현할 거 같다”
Q. 박진영 PD가 도움을 준 게 있나?
백아연 “수록곡도 다 도와줬고, 타이틀곡을 굉장히 신경 많이 써줬다. 힘없이 혼잣말처럼 느껴져야 한다면서 녹음을 다시 시켜서 서너 번 다시 녹음하고 그랬다. 힘들어가지 말고 어깨 내리고 삐딱하게 부르라고 조언했는데 그러니까 잘 되더라”
Q. 박진영PD도 발라드에 일가견이 있는데 백아연 씨와는 데뷔곡 ‘느린 노래’ 작사 외엔 같이 작업을 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백아연 “잘 모르겠다. 하하. 나도 박진영PD님 발라드를 정말 좋아해서 만날 때마다 항상 ‘(곡)써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요즘엔 댄스에 꽂혀 있어서 만날 댄스곡만 만드는 거 같다. 발라드를 쓰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Q. 컴백곡인 ‘마음아 미안해’가 발라드인데 감정 표현이 어렵지 않았나.
백아연 “좀 더 어렸을 때는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딱 맞게 나온 거 같다. 이만큼 컸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거 같다”
Q. 이번 앨범 제작이 오래 걸렸나? 얼마나 걸린 건가?
백아연 “2번, 3번 트랙은 2년 전에 작업한 곡인데 ‘이게 앨범으로 나올 수 있을까? 디지털 싱글이라도 낼까?’ 그런 생각도 하던 곡이다”
Q. 마치 아껴온 보석함 -이라고 썼지만 창고대방출이라고 물었다- 에서 꺼낸 듯한 곡들인가 보다
백아연 “받아놓고 다음 앨범에 수록될 걸 모으긴 했다. 하하. 굳이 따지자면 그런 느낌이 있긴 있는 거 같다. 그런데 좀 예쁘게 써줬으면 좋겠다. 하하”
Q. 순위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백아연 “예전에는 너무 얽매여서 순위가 좋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다 내 탓 같고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이번에는 준비를 오래해서 그런지 이제 놔줘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위가 좋지 않아도 앨범이 나왔다는 그 뿌듯함이 있다”
Q. 얘기를 듣자니 최근에 마음을 달리 먹은 계기가 있는 것 같다. 얘기해 줄 수 있나?
백아연 “최근에 짧은 연애를 했는데 그게 내가 생각했던 가장 나다웠던 연애였다. 헤어질 때 힘들었고 그래서 노래할 때 더 집중이 잘된 거 같다. 26살이 되고는 좀 더 차분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나를 괴롭히지 말고 내가 너를 놔줄 때는 놔줄 수도 있어야하고, 그런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다”
Q. 자신을 괴롭혔던 고민이란 게 뭔가?
백아연 “그동안 너무 사람들을 잘 믿었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다정하고 착하게 대해야겠다는 것 때문에 상대방이 모질게 대해도 웃으면서 반응했던 적이 있다. 그런 게 나중에 상처가 되더라”
Q. 연애 스타일이 어떤지 얘기해 줄 수 있나?
백아연 “많은 사람이 내 가사를 보면 연애할 때 수동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내가 맏이여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누굴 만나면 혼내고 지적하고 그런다. 이번 연애는 그렇지 않고 사소한 거라도 혼자 참지 않고 묻고 대화를 많이 한 거 같다. 내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가장 나답지 않았나 싶다”
Q. 다시 앨범 애기를 하자면, 11월에 컴백팀이 많다.
백아연 “걱정이 많이 된다. 차트를 봤을 때 가늠이 되면 안심할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다양한 음악이 섞여있어서 감을 못 잡겠다. 순위가 높게 나오는 것보다 100위 안에 들어서 오래 갔으면 좋겠다”
Q. 트와이스와 또 같이 활동하게 생겼다.
백아연 “난 이상하게 항상 트와이스와 같이 활동하게 되더라. 이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팀킬’을 하게 되더라. 그런데 팬들 입장에선 다양한 아티스트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회사 식구들과 같이 활동하면 재밌게 활동할 수 있다”
Q. 이제 댄스가수 백아연은 못 보는 건가? 트와이스 무대를 보면 한번쯤 해보고 싶다거나 그러지 않나?
백아연 “콘서트를 하면 한 두곡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하하하. 예전에는 걸그룹 무대를 보면 춤이 외워지고 그랬는데, 지금은 안 되더라. 트와이스는 심지어 따로 챙겨보기까지 하는데 안 되더라. 하하. 이제는 춤보다는 앉아서 노력하고 싶다. 그런데 가족들도 댄스곡을 써보자고 하는데, 내 춤 실력을 알면서 왜 그럴까 싶기도 하다. 앨범보다는 콘서트에서 무대로 보여주는 게 좋을 거 같다”
Q. 가수로서 과거의 백아연과 지금의 백아연의 차이가 있나?
백아연 “발라드는 내가 잘 부를 수 있고 익숙한 노랜데, 그동안의 발라드는 덤덤하게 표현을 한 거 같다. (감정이)과하게 실리지도 않고, 조금 나이 들어 보일수가 있어서 이전에는 ‘슬프지만 견딜 수 있어’라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많이 무너져 내린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다”
“예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가서 ‘총 맞은 것처럼’이 많이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그 감정을 모른 거다. 나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그런 무너진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조금 그 문을 연 거 같다”
“내가 잘 하는 걸 해야할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해야할지 그런 고민이 많았다. 그룹이라면 어떤 음악을 해도 매력이 도드라지는 멤버가 있는데, 나는 혼자 한곡에서 다 표현해야한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으려고 하더라”
Q. 백아연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백아연의 스타일’은 뭐라고 보나?
백아연 “예전에는 발라드라고 생각했는데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나 ‘쏘쏘’를 보면 전에 하지 않았던 미디움 템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살랑살랑하고 귀여워 보이는 노래들이다. 가사로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아내는 걸 좋아하는 거 같다”
Q. 가사 쓰다가 ‘대박’이라고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나?
백아연 “지금 혼자서 쓰는 가사가 있는데 아직 회사에도 안보여 줬다. 그게 신선할 거 같다”
Q. ‘어른’, ‘나이’ 얘기를 자주 하는데 나이를 신경 쓰나?
백아연 “의도하진 않았는데 26살이라고 하니까 ‘이제 20대 후반이네요’라고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더라. 이제 좀 귀여워 보인다거나 그런 모습을 버리고 차분하고 어른처럼 보여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마음가짐도 그렇게 된 거 같다. 예전엔 노래할 때는 테크닉을 중시했는데 지금은 감정이 중요하고, 감정을 나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니라 표현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 같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해서 잘 표현 못하고 말도 못했는데, 지금은 말을 해야 전달이 된다고 생각한다. 노래뿐만 아니라 대화할 때도 그런 거 같다”
Q. ‘어른스럽게’라는 게 어떤 건가?
백아연 “그런 생각을 겉으로 표현한 적은 없는데 갖고 있는 게 표현되는 거 같다. 집안에서 첫째고, 그러다 보니까 ‘여기서 어리광 피우면 안돼’라고 생각한다. 26살인데 이제 와서 어리광 피우면 안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왜 그런지 모르는데 요즘 상태가 쳐져있고 루즈 하다. 그냥 안정적으로 보이면 좋겠고 그렇다”
Q. 그건 문제인거 아닌가? 해결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백아연 “그런데, 어떤 상황에도 크게 흥분하지 않은 지금 상태가 나는 오히려 괜찮다. 무난하고 덤덤하면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잘 견뎌낼 거 같다. 아마 (이렇게 된) 큰 계기는 작년에 짧게 연애하고 헤어진 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백아연이 생각하는 어른이란 어떤 존재인가?
백아연 “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혼자 책임져야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내 할 말을 하도 상대방을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을 얘기할 때도 나 혼자서 얘기하고 (상대방이)해 줄 말이 없거나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얘기를 했을 때 상대도 편하게 리액션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배려’가 있는 사람이다”
Q. 26살이 나이가 많다고 느끼나? 예를 들어 38살이 봤을 땐 23살이나 26살이나 다 아직 어리고 젊다.
백아연 “나는 젊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는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동생이 자꾸 벌써 26살이냐고 해서 더 그렇게 느낀다. 동생이 23살이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여도 마음속 동심은 안 잃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이걸 물어보고 싶다. 노래를 제외하고 살면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무엇인가? (※질문의도를 직접 설명하진 않았지만, 가수도 어른도 아닌 그냥 26살 백아연의 모습이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다.)
백아연 “여행 스케줄 짤 때. 얼마 전에 동생과 런던을 갔다 왔는데, 모든 스케줄을 내가 다 짠다. 몇 시에 어디를 가서 뭘 먹는 지까지 다 내가 정한다. 다행히 동생은 다 잘 따른다”
(글·취재|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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