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사춘기가 부르는 공감의 노래는 여전히 대중친화적이다. 앳된 외모에 풋풋한 음악, 담백한 노랫말은 솔직하다 못해 기발했다. 특히 속마음을 투영한듯 묘사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일상에서 느낀 새로운 발견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들은 그간 느낀 감정을 앨범에 쏟았다. 따뜻한 감성, 캐주얼하고 팝스러운 사운드는 계절과도 근사하게 맞아 떨어진다.
지난 10일 발매된 볼빨간사춘기의 새 미니앨범 ‘Two Five’ 타이틀곡 ‘워커홀릭’은 발매 직후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을 비롯해 지니, 벅스, 소리바다 등 주요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했다. 하루 지난 11일 오전에도 여전히 차트 1위를 유지 중이다. 수록곡 또한 음원 차트 100위권 내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상위권에 안착하는 저력을 보였다.
타이틀곡 ‘워커홀릭’은 세상에 부딪히는 정도가 남들보다 더 잦은, 지친 워커홀릭들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았다. 비주얼 변신과 함께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도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데 성공했다. 노래는 미숙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하게 성숙하지도 않은 그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스물다섯의 나에게 보내는 내용이다. 따뜻하고 솔직한 감성은 여전하다.
발라드 열풍과 더불어 감미로운 멜로디라인과 진심이 담긴 가사는 힘들고 지친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어준다. 더불어 바쁜 일상 속에서 더는 기댈 곳이 없다고 느껴질 때, 노래를 통해 조금 쉬어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공감을 사고 있다.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노래가 본격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존 사랑과 이별 가사에 집착하던 대중가요의 작법도 크게 바꿨다. 사랑에 빠져 설레는 감정에 집중하거나, 이별에 슬픈 감정을 호소하던 히트곡들은 이제 외로움에 대한 중심을 '위로'에서 찾는다.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닌, '내가 너의 힘이 되어주겠다'는 식으로 이 같은 정서가 많은 노래에 퍼지고 있다.
너도 나도 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위로'는 부정할 수 없는 모두의 키워드다. 많은 이들이 사람에게 위로받지 못한 채 노래 안에서 공감을 찾고 있다. 공감어린 노래는 세상을 보여주는 뉴스이자, 드라마고 다큐멘터리가 된다. 공감이 화두인 시대. 누군가 나서서 혁명적인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그저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길 원한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불안함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대중문화 속에서 '루저'가 되기도 하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함께 울고, 웃으며 자신의 가치를 찾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매일 힘든 세상에 '위로'는 사랑과 이별이란 주제보다 더 막강한 공감을 끌어내는 키워드임이 분명하다. 그 어떤 화려한 표현도 '공감'을 대신할 수는 없다.
(글|박영웅 음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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