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의 신보 ‘항해’는 그들의 생생한 성장 스토리가 담겼다. 전작이 온전히 홀로서기를 할 수 없던 아이와 청소년의 얘기를 다뤘다면, 새 앨범은 보금자리를 떠나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의 고민을 그린 음반이다.
남매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투명하다. 저속한 유행어에서 해법을 찾지 않아도 자극적인 MSG를 첨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을 건드리는 음악. 악뮤의 새 앨범 ‘항해’는 인공조미료 없는 천연음악이라 부를 만 하다.
그간의 음악들이 재기발랄하고 위트가 돋보인 노래였다면, 현재의 악뮤는 성인층을 두루 포용할 수 있는 노래를 한다. ‘이별’의 주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한 가사와 대비되는 밴드 사운드를 배치한 것은 특징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슬픈 감성을 보다 담백하게 풀어냈다. 그저 남매가 바라본 일상의 발견, 기쁨 슬픔의 감정을 조용히 마음에 저미는 식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애써 감정을 쏟지 않아도 슬픔을 전달할 수 있는 고급기술이다.
그중 악뮤 음악의 백미는 노랫말이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이라며 제법 성숙하게 말할 줄 아는 이찬혁의 시선에서 10곡의 노랫말이 나왔다. 깊어진 멜로디와 진심의 가사는 지친 이들을 겨냥한다. 앨범 속 위로를 받고 싶다는 일관된 메시지는 막강한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2013년 'K팝스타'에서 악동뮤지션은 당시 꺼져가던 오디션 열풍의 불씨를 살린 보석같은 10대 남매였다. 한쪽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쏟으면 다른 한쪽에선 약속한듯 추임새가 붙었고 가요 팬들은 기분 좋은 에너지로 휘감겼다. 이들에겐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란 진부한 클리셰도 전혀 민망하지 않은 수식어였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 말 못하는 외국인이 되어버린다던 10대 남매가 어느새 자신의 인생을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서정적인 멜로디 외에도 주목할 점은 이찬혁의 노랫말인데, 모든 곡은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공감을 꿰뚫는다는 점이다. 뭔가 뜨겁게 가슴을 자극하진 않아도 편안하게 공감을 건드린다. 과장되지 않은 정직함을 머금고 있으니 감정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그저 소박한 악동뮤지션 남매의 현재가 담긴 자기고백이다.
(글=박영웅 대중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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