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 “피드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그런 걸 낸 건데 ‘산으로 간다’, ‘비도 오고 그래서 같은 걸 듣고 싶다’ 같은 리뷰를 굉장히 많이 봤다. 또 반면에 비슷한 노래를 계속하면 너무 똑같다며 지루해 할 수 있으니까 좀 다르면서 비슷한 음악을 만들어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에는 멜로디 라인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장르를 좀 다르게 해봤다. 이전에 ‘젠’가나 ‘쉬스 파인’은 랩도 하고 내 색도 온전히 가져가고 편곡적인 변화를 줬었다. 이번엔 시티팝이지만 나의 감성이 온전히 담겨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도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정규에서는 선우정아에게, 이번엔 기리보이에게 곡을 받아서 딱 후렴 부분만 내가 쓰고 그 외에 벌스 멜로디는 기리보이가 써준 대로 불러봤다. 그런데서 좀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특징이 있다면?
헤이즈 “일단 내가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려서 잠깐 첼로를 배웠는데, 악보를 읽을 줄 아는 정도지 음악을 학문으로 제대로 배우진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음악을 정식으로 배웠으면 이런 박자를 안 썼을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가사도 나만의 일기 같은 감성이 있는 것 같고 그런 것 같다”
Q. 하고 싶은 음악과 잘하는 음악이 잘 맞는 편인가?
헤이즈 “지금까지는 그렇다. 원래 하고 싶은 음악은 레트로 시티팝이었다. 이번에 좀 더 괜찮았던 거 같다”
Q.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편인가?
헤이즈 “그렇다. 내가 듣고 멋있다고 생각해도 내 영역은 아니라고 많이 느끼는 편이다. 최근에는 빌리 아일리시 음악을 듣고 ‘정말 멋있다. 저런 음악을 하면 멋있어 질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아예 다른 영역이라서 듣고 만족하기로 했다”
Q. 그럼 헤이즈가 잘하는 음악은 어떤 것인가?
헤이즈 “내가 앨범에 쓰는 곡들. 그런 곡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갑자기 가사랑 멜로디가 같이 떠오를 때가 있다. ‘비도 오고 그래서’나 ‘저 별’, ‘널 너무 모르고’, ‘떨어지는 낙엽까지도’가 다 그렇게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편곡을 할 때 가장 나다운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 ‘쉬스 파인’은 트랙이 있는 상황에서 멜로디를 썼다. 여태까지 좋아한 음악은 그냥 갑자기 떠오르는 곡들이었다”
헤이즈, 사진제공|스튜디오블루
Q. 이번 앨범의 마지막 트랙 ‘missed call’(미스드 콜)은 연주곡이다. 특별히 연주곡을 넣은 이유가 있나?
헤이즈 “내가 이 앨범이 가을부터 겨울까지 계절에 끝이 나는데 사운드적으로 춥고, 한 겨울의 감성을 담아 끝내려고 했다. 가사를 담지 않았지만 만추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를 담고 싶었다. 그 스토리의 끝은 내가 전화를 해도 절대 받지 않았으면, 절대 전화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대 받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그런데 그걸 막상 가사로 쓰면 조금 유치할 거 같아서 연주곡으로 썼다”
Q. 혹시 실제로 노래의 주인공에게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헤이즈 “실제로도 모른 척 하겠다. 연락을 받지 않을 거다”
Q. 노래만 들으면 헤이즈는 고독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것 같다.
헤이즈 “원래 성격은 외로움도 안타고, 밝고, 힘들어하거나 그러지 않는데, 이상하게 흐린 날, 비오는 날, 쓸쓸한 가을 그런 걸 좋아한다. 하하. 그런 감성이 있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듣고 자란 음악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Q. 조금 더 다양한 음악 장르를 해 볼 생각은 없나?
헤이즈 “새로운 걸 정말 하고 싶지만 헤이즈를 버리고 다른 걸로 갈수는 없어서 피처링으로 해소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내가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피처링을 하겠다고 하는 편이다. 피처링하는걸 좋아한다. 피처링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하니까 새롭다. 내가 상상력이 좀 없는 편인데, 상상도 해보게 되고 정말 재밌다”
“피처링을 할 때는 그 상황에 몰입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아예 문도 다 걸어 잠그고 피처링할 때 나를 가두고 가사를 쓴다. 내 앨범 쓸 때는 차안에서 카페에서 침대에서 쓰고 그러는데 피처링은 작업하는 방안에서 갇혀서 쓴다. 의도를 100% 전달받을 수 없으니 더 몰입을 해야 하는 게 맞다”
Q. 그럼 특별히 같이 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나?
헤이즈 “내가 듣고 자란 대선배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문세 선배님의 피처링을 하고 그런 게 많이 해소가 됐다. 지금은 막 해보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직 없다”
Q. 유튜브를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리메이크곡을 선보이기로 했었다. 이번에는 ‘일기’를 리메이크했는데 다음 곡도 준비 중인가?
헤이즈 “후보곡이 있는데, 우선 정확히 할 게 ‘월간’이라는 건 회사에서 잘못 썼다. 나는 달마다 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기회가 될 때마다 하겠다는 거였는데, 월간은 그런 잘못된 표현이었던 거 같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꼭 해나갈 거고 생각하고 있는 곡도 있다. ‘일기’라는 곡이 사운드적으로도 잘 이어지지만 ‘떨어지는 낙엽까지도’에 담고 싶었던 게 지금 겪은 아픔이 분명히 더 나은 내일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썼다. (‘일기’와)가사적인 의미에서도 내가 담고 싶었던 메시지가 담겨 있어 수록하게 됐다”
헤이즈, 사진제공|스튜디오블루
Q. ‘언프리티 랩스타’ 이후 발표하는 곡과 앨범의 작업량이 상당하다. 아무래도 직접 곡을 쓰다 보니 영감이나 소재가 떨어지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도 있을 법한데?
헤이즈 “아직은 딱히 슬럼프가 온 적은 없는데, 앞으로 오지 않을까 걱정은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가사로 쓰는데 ‘최근 몇 년간은 삶의 변화가 없고 똑같은 패턴으로 살고 있는데, 영감이 고갈되면 어디서 받아야하지?’하고 고민을 한다. 그때 큰 슬럼프가 올 거 같다는 생각은 한 적 있다. 그런데 노래 만드는 게 가장 재밌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렇게 열심히 달릴 수 시기가 길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나중에 그리워할 시기라고 생각해서 즐겁게 하고 있다. 건강이 안 좋아서 슬럼프가 있는 적은 있는데, 음악적으로 슬럼프는 없었다. 항상 마스터 끝나고 다음 앨범을 준비한다. 다만, 너무 자주 나오면 질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 부분은 회사에서 잘 조절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Q. ‘언프리티 랩스타’ 이후 앞으로의 꿈으로 '가족이 서울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꿈은 이루었나?
헤이즈 “그렇다. 그런데 직접 구매한건 아니고 가족과 내 집을 전세로 구했다”
Q. 그럼 지금부터의 활동 포부와 목표가 있다면?
헤이즈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큰 변함없이, 부끄럼 없이, 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수로 활동을 하겠다. 기다리고 기대해달라”
이한빛 기자 bitgaram@idol-chart.com 저작권자 ⓒ 아이돌차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