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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칼럼] U2의 내한공연이 남긴 것

2019.12.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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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밴드 U2가 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그동안 U2는 한국과 인연이 닿지 않는 밴드였다. U2의 명성이나 영향력, 그리고 국내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팬들을 고려하면, 했어도 수십 번은 내한공연을 추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지만 U2가 한국을 오기까지는 1976년 결성 이후 무려 43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야했다. 

한때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국을 두고 ‘평화 전도사’인 보노가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면 평양에서 하고 싶다’라고 다짐했기 때문에 서울공연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 진위여부는 알기 어렵다. (※여담이지만, 보노가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 보노는 이번 내한공연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직접적으로 통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성사되진 않았지만, 공연계에서는 U2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다) 

이유가 뭐였든 간에 ‘내한공연 최후의 끝판왕’으로 남아있던 U2는 결국 2019년 12월 서울에서 역사적인 첫 공연을 펼쳤고, 그덕에 약 2만 8000여 명의 관객들은 오랜 기다림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공연이었던 만큼 -보노가 공연 도중 ‘곧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긴 했다.- 이번 공연에서 느낀 점을 기록으로 남기려한다. 단,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후기이니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 미리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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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 코리아

▲ 연출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초대형 LED를 통해 보여준 다양한 영상과 이를 통한 연출이었다. 

가로 61미터, 세로 14미터, 무게 22톤의 8K 해상도 초대형 LED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U2는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영상과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연출로 드라마틱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일례로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시작하기 전 붉게 물든 ‘조슈아 트리’ 앞에 나란히 선 U2의 멤버 실루엣이나 ‘Red Hill Mining Town’에서 관악단 영상과 마주보게 화면을 배치한 연출, ‘Exit’에서 카메라를 향한 보노의 퍼포먼스 등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명장면들이었다. 

U2의 투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어로 꼽히는 데에는 이런 시각적인 재미도 큰 이유일 것이다.  

▲ 음악

2001년 필자가 대학시절 겪은 일화다. 필자는 U2의 ‘The Joshua Tree’ 앨범을 듣고 있었는데, 이전까지 U2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한 친구가 관심을 보여 같이 듣게 됐다. 이에 ‘이 앨범이 1987년도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을 했더니, 그 친구가 깜짝 놀라며 ‘어떻게 80년대에 이런 음악을 만들 수가 있지?’라며 감탄을 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다시 18년이 지나 2019년이 됐지만, 지금 들어도 U2의 음악은 여전히 세련되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불후의 명곡’이란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날 공연은 이런 U2의 불후의 명곡을 직접 라이브로 감상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티켓 값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었다.  

더불어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공연 후기 중 사운드에 관해 불만이 많이 제기된 부분이다. 이날 공연의 전반적인 사운드의 밸런스가 좋지 못했다는 후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돔구장은 필연적으로 반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나마 도쿄돔과 같은 대규모 돔구장은 반향의 영향이 적은 편이지만, 고척스카이돔처럼 작은 규모의 돔구장에서는 반향의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U2 특유의 다양한 이펙트의 기타 사운드까지 감안하면,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인 사운드는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돔구장 라이브에서 스튜디오 음반 같은 사운드가 나온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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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Ross Stewart ⓒRoss Stewart

▲ 메시지

먼저 말해두지만, 어떤 사상이나 메시지에 동조하고 지지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자유롭게 말하는 그 태도와 당당함에 대한 이야기다.  
 
잘 알려졌다시피 U2는 사회 활동에 굉장히 적극적인 밴드다. 노래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도 많으며 인권 및 반전운동, 환경운동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 활동이 인정을 받아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당장 이번 투어의 오프닝 곡인 ‘Sunday Bloody Sunday’부터가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발생한 유혈 진압 사건인 ‘피의 일요일’을 노래한 것이다. 

물론 대중가수의 이런 사회활동과 정치적인 메시지는 으레 그렇듯이,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상기한 ‘Sunday Bloody Sunday’ 역시 발표 당시에는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U2는 이런 반대와 비난에 굴하지 않고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여담으로 ‘Sunday Bloody Sunday’는 롤링스톤지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의 목록에 올랐다.) 

U2의 이런 적극적인 사회 참여는 지금도 한결같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이번 투어의 (RED)ZONE 수익은 보노와 ONE 캠페인 설립자인 바비 쉬버가 8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HIV/에이즈 퇴치를 돕기 위해 설립한 자선단체인 ‘(RED)’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글로벌 펀드(The Global Fund)’에 전액 기부된다.

또 내한공연 도중에도 북한과의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으며, ‘Ultraviolet (Light My Way)’의 무대에는 '평등'에 대한 메시지와 전 세계 여성 지도자들의 얼굴을 내보내기도 했다. (※공연 후기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시피 이 영상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故 설리 등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담으로 김정숙 여사는 이날 직접 공연을 관람했는데, -우연찮게 필자와 그리 멀지 않은 좌석에 있었다- 자신의 영상이 나올 때 박수를 치며 크게 기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보노는 공연 다음날인 9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사실 대중을 통해 부와 명성을 얻는 대중가수가 다시 대중에게 보편적인 정의와 가치를 전파하는 건 -요즘에는 흔히 '선한 영향력'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큰 명성을 지닌 스타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한다거나, 사회범규와 상식에 맞지 않는 발언을 일삼는다든지, 범죄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선동하는 등의 그릇된 의도가 있다면 날카롭게 비판하고 막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단지 반대 목소리가 무서워서 몸을 사리고 입을 닫는 건 일종의 책임 회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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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 코리아

팬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국내 가요계의 사정도 이해하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무조건적인 옹호와 비난이 나뉘는 민감한 사안이 있는 것도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요계는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데에 지나치게 눈치를 보고, 지나치게 경색되어 있다는 감이 있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U2처럼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이런 목소리와 메시지를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함께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현정 기자 gagnrad@idol-ch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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