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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 칼럼] 케이팝 2.0, 결국 시스템과 플랫폼의 문제

2018.07.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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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단계의 K팝은 한국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었고 2단계는 해외 인재를 발굴해 한국 아티스트들과 ‘혼합’하는 거라면 다음 단계는 해외에서 직접 인재를 육성 및 프로듀싱 하는 것입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이 ‘회사 안의 회사’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 ‘JYP 음악 공장’ ‘행복에서 오는 창의력’으로 구성된 새로운 비전 JYP 2.0을 공개했다. 이는 21일 맥쿼리증권이 주관한 ‘2018 맥쿼리 이머징 인더스트리 서밋’에서 강연한 내용이다. 박진영은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 전략의 사례로 최근 중국 QQ뮤직 비디오 차트 1위를 차지한 ‘보이스토리’를 들었다. 전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된 걸그룹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두 팀의 아티스트를 전담하는 레이블 단위로 회사를 쪼개 업무 효율성을 추구하는 ‘회사 안의 회사’를 소개했다. 그는 “2년 전 트와이스라는 단 하나의 아티스트를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더니 업무 속도가 빨라졌고 아티스트와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면서 “앞으로 JYP는 회사 안에 4개의 레이블이 작은 회사로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터테인먼트 생태계가 레이블 체제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케이팝 신드롬, 단발성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대형 기획사들의 장기적 브랜드 이미징의 일환이다. 대중문화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규모가 커져버린 업계가 그동안 케이팝 붐으로 글로벌 시장의 근간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그동안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롭고 막강한 콘텐츠 개발은 선택 아닌 필수다. 다양한 장르 뮤지션의 발굴과 탄탄한 시스템 확립을 위한 의지인 셈이다. 

아이돌은 물론 힙합, 알앤비, 록 등 다양한 장르음악에 큰 관심을 갖고 전문 레이블 체제를 구축한 것은 대형 기획사들의 공통적인 행보다. SM은 케이팝의 다양성을 부각시키고 세계화시키기 위한 컨텐츠에 지분투자를 하며 글로벌 유통과 마케팅, 부가사업 등에서 굳건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CJ E&M은 힙합 레이블을 대거 영입하면서 대형 시스템 체제를 확립했다. YG의 핵심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은 블랙뮤직을 중심으로 하는 YG레이블의 또 다른 축이다.

이중 JYP의 성공적인 행보는 유독 눈에 띈다. 그동안 대부분의 결과물이 프로듀서 박진영의 지휘 아래 나왔던 반면, 최근 몇년 간에 걸쳐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해 왔다. 박진영의 곡이 아닌 외부 작곡가의 곡이 앨범 타이틀곡이 되고, 30명에 이르는 작곡가 군단이 만들어지는 등 박진영 중심 체제였던 JYP가 시스템 중심 체제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향후 소속 레이블을 다수 론칭한다는 장기계획을 두고 종합 뮤직 엔터테인먼트로서 지속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다. 많은 사람이 확고한 취향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돕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길게 보면 그런 플랫폼이 이길 것이다.” (윤종신)

미스틱은 한 달에 한 번씩 신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획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했고, SM은 일주일에 한 곡씩 발표하는 정기적인 뮤직 플랫폼 'SM스테이션'을 진행 중이다. 이미 대중음악이 '소장'에서 '공유'로 가치의 중심이 돌아선 지금, 아이돌과 싱어송라이터란 영역에서 양사가 주목하는 건 협업을 통한 음악의 확대다. 

미스틱은 개성 강한 음악색은 유지하면서 영역을 서서히 확장할 계획이다. 일찌감치 기존 가요계 발매방식을 거부하고 수년째 '월간 윤종신'을 꾸준히 이끈 그간의 노하우와 약점을 보완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월간 윤종신'이 개인 프로젝트 성격이 짙었다면, 새 음악채널 '리슨'은 뮤지션과 제작자간 개방 참여형 프로젝트. 좋은 음악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이 음악채널 '리슨'의 설립이유다. '저스트 리슨, 저스트 오디오'를 모토로 삼은 만큼 실력있는 재야의 뮤지션들을 소개하자는 의미도 크다. 특정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의 패턴과는 다르게, 일반 대중을 상대로 점차 맞춤형 큐레이션 음악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하림 등 미스틱 소속 뮤지션과 더불어 루키들이 정기적으로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사재기 논란과 추천제 등 부침을 겪었던 음원차트가 건전한 음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한창이다. 매해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건전한 유통 질서 마련을 위한 업계의 꾸준한 노력도 중요한 상황이다. 변화도 좋지만 음악 본질의 가치마저 사라지면 아무 의미도 없다. 좋은 음악이 우선이다. 잠깐의 실시간 1위, 검색어 1위보다 중요한 건 결국 좋은 콘텐츠다. 케이팝의 경쟁력은 대중의 다양한 음악취향이 고루 발전할 수 있는 균형잡힌 시스템에 있다.

(글: 박영웅 음악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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