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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시크한 가요] 다이아, 이번이 끝이 아니기를

2018.08.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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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사진제공|MBK엔터테인먼트

언론사에서 가요 담당 기자로 일하는 필자가 요 근래 참석한 공식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정은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걸그룹 다이아의 컴백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다. 

쇼케이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다이아라는 팀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간 팀이 걸어온 길과 멤버 구성을 찬찬히 살펴보니 다이아가 수많은 도전을 감행해오며 아이돌 그룹의 활동 패턴을 잘 보여준, 또 잘 보여주고 있는 팀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기 때문이다.

우선, 다이아는 멤버 중 절반이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력이 있는 흔치 않은 팀이다. 앞서 정채연과 기희현이 Mnet '프로듀스101', 예빈과 솜이가 KBS2 '더유닛'에 도전장을 낸 바 있다. 

특히 이들 중 정채연과 기희현은 이미 데뷔해 활동 중인 현역 걸그룹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타 기획사 연습생들과 경쟁을 펼쳐 이목을 끌었다. 

당시 두 사람이 계급장을 떼고 눈물과 땀을 흘리는 모습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아이돌 판'에서 데뷔는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그만큼 현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꽃길'을 걷는 것이 녹록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또, 정채연과 예빈은 각각 '프로듀스101'과 '더유닛'을 통해 결성된 아이오아이와 유니티 멤버로 발탁돼 활동하기도 했는데 이는 아이돌 그룹의 활동 형태가 이전에 비해 한층 다양하고 유연해졌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지점이었다.

사실 정채연과 기희현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 '프로듀스101'에 출연할 때만 해도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꽤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그룹을 뽑는 프로그램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이후 아이돌 그룹 멤버가 잠시 둥지를 옮겨 프로젝트 활동을 펼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닌 일이 됐으며, 팬들 역시 더 이상 그러한 활동을 이전처럼 극구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런가 하면, 다이아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제대로 실천한 팀이기도 했다. 최근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솔로와 유닛 활동을 병행하는 추세다. '완전체'만으로는 팀에 속해있는 멤버들의 매력을 전부 다 보여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이아 역시 예빈, 정채연, 기희현, 유니스, 솜이가 '빈챈현스S'로 주은, 제니, 은진, 은채가 'L.U.B'(루비)로 나뉘어 유닛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또한 정채연이 연기 분야에 진출해 팀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고, 은채와 제니도 웹드라마에 출연했었다. 

멤버 교체가 잦은 팀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 2015년 9월 정규 1집 '두 잇 어메이징'으로 데뷔할 당시 다이아에는 승희, 유니스, 기희현(이때는 활동명이 '캐시'였다.), 제니, 예빈, 은진, 정채연 등 7명이 속해 있었다. 

그러나 현재 팀에 남아 있는 멤버는 유니스, 기희현, 제니, 예빈, 정채연 등 5명뿐이다. '원년 멤버' 중 승희와 은진은 팀을 떠났고, 은채, 솜이, 주은 등 3명이 새롭게 팀에 합류해 현재 다이아는 '8인 체제'로 대중 앞에 서고 있다. 

'멤버 교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그룹들도 꽤 많은데, 다이아는 위기를 잘 이겨내고 어느새 햇수로 4년차 걸그룹이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다이아의 컴백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가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이유는 멤버들에게서 강렬한 '간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디어 쇼케이스를 뒤이어 진행될 팬 쇼케이스 리허설용 취급하는 팀들이 종종 있다. 

그런 팀들은 대체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최소화하고, 행사 전문 진행자와 사전에 조율된 이야기를 하며 한 시간 남짓한 쇼케이스 시간을 채운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포털 사이트에서 생중계되는 팬 쇼케이스에서 했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한다.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연습한 그대로 말이다. 

다이아는 미디어 쇼케이스를 그런 식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신곡 '우우'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뒤 곧바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해 컴백 소감과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이어갔다. 

특히 다이아는 질의응답 시간에 자발적으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언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티아라를 배출한 MBK엔터테인먼트가 데뷔시킨 팀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그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 다이아의 이번 컴백은 10개월여 만이었는데, 멤버들은 "마지막 활동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새 앨범을 준비했다"고 입을 모았다.

자발적으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망한 아이돌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데뷔 4년차인 다이아 멤버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한 멤버들에게서는 강렬한 간절함이 느껴졌다. 

심지어 다이아는 그간 다양한 도전을 이어오며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아올린 팀. 다이아의 발언은 심각한 포화상태에 이르러 웬만해서는 생존이 쉽지 않은 현 아이돌 시장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해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다이아의 컴백 쇼케이스가 인상 깊었던 마지막 이유는 그들의 새 앨범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네 번째 미니앨범 '서머 에이드'에 수록된 7곡 중 3곡을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채워졌다. 5번 트랙 '데리러 와', 6번 트랙 '스윗 드림', 7번 트랙 '블루 데이'가 각각 주은, 예빈, 기희현이 쓴 곡이다.

다이아는 이미 지난해 4월 정규 2집 '욜로'에 수록된 12곡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우는 파격 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점차 '자체 제작돌'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현재 활동 중인 걸그룹들 중에서 다이아처럼 앨범에 꾸준히 자작곡을 수록하며 음악적인 성장세를 보여주는 팀은 흔치 않다. 이는 박수 받아야 할 부분이며, 음악적인 발전 없이 인기에 취해있는 팀들이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한편, 아쉽게도 다이아의 신곡 '우우'는 음원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자 노력으로 착실하게 실력을 키워가고 있는 팀인 다이아의 활동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글: 노컷뉴스 김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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