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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시크한가요] 승리·정준영 논란, K팝 시스템 점검 계기되길

2019.03.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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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승리·정준영·최종훈·용준형·이종현

'머리 검은 짐승 남의 은혜 모른다'더니, 승리, 정준영, 최종훈, 이종현, 용준형 등 이른바 '카톡방 파문'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을 스타로 만들어준 팬들의 은혜를 잊고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평균으로 따져봤을 때 데뷔 연차가 10년 이상이라는 점에서 오랜 시간 사랑과 응원을 보냈을 팬들의 충격은 상당히 커 보인다. 

논란의 인물들은 모두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 부와 지위를 얻었다. 심지어 정준영은 '대국민 오디션'을 표방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리며 스타로 발돋움 한 케이스다. 하지만, 한심하게도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부와 지위를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 승리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데 열중했고, 정준영 등은 엇나간 성욕 분출의 도구로 썼다. 아마도 언젠가부터 이들의 머릿속에 팬들은 안중에 없었던 것 같다.

부와 지위의 어긋난 사용은 결국 크나큰 화를 불러왔다. '국민 그룹'으로까지 불렸던 빅뱅의 한 축이었던 승리의 막강한 영향력은 '버닝썬'이라는 괴물 같은 장소를 탄생시키는 데 쓰였다. '버닝썬'의 불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운 지경이다. 정준영은 성욕의 괴물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최종훈, 이종현, 용준형 등은 그런 정준영과 한패가 됐다. 

이들은 코너에 몰리자 말 바꾸기와 거짓말까지 일삼는 책임감 없는 모습까지 보이며 팬들을 두 번 실망시키기도 했다. '오타 작렬' SNS 글 몇 줄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승리, 거짓말이 들통나자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연예인의 삶을 그만두겠다고 한 최종훈의 모습을 바라본 팬들의 심경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카톡방 파문'의 주인공들 모두 직업이 가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연히 가요계는 쑥대밭이 된 상황이다. K팝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라 축제 분위기였던 업계는 대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한동안 대한민국의 자랑으로 여겨졌던 K팝의 육성 시스템은 인성을 제쳐두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사람을 뽑아 길러내는 데만 집중하는 문제투성이 시스템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논란의 원인을 K팝 시스템 탓만으로 돌리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각 기획사가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스타를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스타로 올라선 이들을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를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승리의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는 그동안 소속 가수들이 수차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만큼, 가수 육성 및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준영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점에서 보면, 각 방송사들도 오디션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를 길러낼 때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기존 K팝 시스템이 아닌 방송사가 만들어낸 시스템 안에서 단시간 안에 '반짝 스타'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가 하면, 인성교육을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는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고, 실제로 여러 기획사들이 가수를 육성할 때 인성교육을 병행해왔다. 공교롭게도 이번 논란의 주인공들은 직업이 가수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인성교육 필요성이 제기되기 전, 그러니까 K팝 육성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던 시기에 데뷔한 가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미 스타가 되어 부와 지위를 얻은 연차 높은 가수들의 경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스스로를 한 번씩 되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부와 지위가 팬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고, 앞으로 더욱 책임감 있는 자세로 활동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들여 쌓아올린 K팝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기획사들과 가수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글=노컷뉴스 김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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