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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시크한가요] 톱아이돌의 조금 남다른 군생활

2018.07.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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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지난 한 주 가요계는 톱아이돌의 군 생활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지난 2월 입대해 육군 3사단 백골부대에서 복무 중인 빅뱅 지드래곤이 논란의 주인공이었는데, 그가 발목 건강 이상으로 국군양주병원 1인실에 입원 중이라는 사실이 연예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보도되면서 네티즌들의 이목이 쏠렸다. 일반 병사가 1인실을 사용하는 것이 특혜냐 아니냐가 논란의 골자였고, 지드래곤이 3월에 1일, 4월에 3일, 5월에 17일, 6월에 4일 등 총 25일간 병가를 사용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국방부는 "특혜가 아니었다"는 식의 입장문을 내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 논란의 책임은 1차적으로 군(軍) 측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국방부는 지드래곤의 1인실 입원과 관련한 논란이 증폭되자 공식입장을 내고 "안정적 환자 관리 차원에서 본인은 물론 다른 입원환자의 안정을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또 "1인실은 필요시에 간부 및 병사 모두 사용할 수 있고, 2017년에도 코골이가 심한 환자와 다제내성균 환자가 사용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을 보탰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병사 2명, 부사관 1명, 장교 6명이 1인실을 사용했다고 한다. 

국방부의 해명을 곱씹어보면, 일반 병사의 1인실 사용은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매우 이레적인 일이었다. 또, 지드래곤처럼 외과 환자가 1인실을 사용한 경우는 지난 1년간 없었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논평을 통해 "통상 외과 환자인 장병들이 모두 개방병동을 쓰고 있는 것에 비해 (지드래곤이) 1인실을 사용하는 것은 특혜로 보일 소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의문부호를 달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드래곤과 군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과연 지드래곤처럼 유명인이 아닌 일반 사병이 위와 같은 사유로 1인실 사용을 요구했을 때, 군병원 측은 같은 판단과 조치를 내렸을까. 필자 역시 군인권센터와 마찬가지로 의문부호를 달겠다.

군의 허술한 개인 신상 관리도 지적하고 싶다. 지드래곤은 현재 현역 군인 신분이다. 그런데 현역 군인의 입원 기록이 고스란히 만천하에 공개됐고, 그로 인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최초 보도한 디스패치가 어떤 경로로 지드래곤의 입원 기록을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해당 매체가 그렇게 입수한 개인 정보를 보도한 것이 옳은 것이었느냐 아니었느냐를 따지고 싶지도 않다. 그 이전에 어찌됐든 군 병원 측은 병상에 누워있는 한 병사의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보안이 생명'이라는 군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대목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지드래곤 관찰일지'가 온라인상에 떠돌아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군 병원에 근무하는 한 병사가 작성해 여자친구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관찰일지'에는 지드래곤의 속옷과 신발 사이즈 등이 적시돼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군은 이 문제의 진상을 확실하게 조사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부터 조속히 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만약 실제 한 병사가 작성한 것이라면 해당 병사를 엄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찰일지'의 등장 이후 지드래곤의 1인실 사용을 옹호하기도 하는데 이는 논점에서 조금 벗어난 의견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해당 '관찰일지'를 군 병원에 근무하는 한 병사가 작성한 것이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관찰일지' 작성 및 유포는 개인의 일탈로 인해 벌어진 일이지 지드래곤의 1인실이 아닌 일반실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지 않나.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 외과 환자를 1인실로 옮긴다는 건 적절한 조치로 보이지 않는다. 1인실에 입원해 있음에도 환자의 개인 신상이 특정 매체의 보도로 모두 까발려진 상황 아닌가. 

결과적으로 군은 톱 아이돌 그룹 멤버인 한 병사에게 매우 이례적인 판단과 조치를 내렸고, 그 판단과 조치 내용을 유출하는 우를 범했다. 또, "안정적 환자 관리 차원"에서 내린 판단과 조치는 지드래곤 본인은 물론 양주병원에 입원 중인, 더 나아가 전국 곳곳의 군 병원에 입원 중인 병사들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지드래곤의 판단도 아쉽다. 스타들의 군 생활에는 대중의 이목이 쏠리기 마련이다. 단순히 유명세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일반인들과 다른 군 생활을 해 논란이 불거진 적이 꽤 많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드래곤이 1인실에 입실하기 전 그동안 숱하게 불거져 왔던 연예인 군 특혜 논란 사례를 한 번쯤이라도 돌이켜 봤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또, 자신이 받은 조치가 행여나 논란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자신이 1인실에 입원하는 모습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전우가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대응방식도 아쉽다. YG는 최초보도에 대해 "매우 악의적"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하며 "정상적인 기준에 따라 입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드래곤의 상태에 대해 "입대 전부터 어깨 탈골이 있었고, 월드투어 당시 발목이 자주 접질리며 고통을 소호했는데 군 훈련 도중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왜 입대 전에 제때 치료하지 않고 월드투어까지 돌더니 군대에 와서야 치료를 시작하느냐"는 비아냥을 낳았다. 지드래곤의 건강상태가 정말 좋지 않다는 걸 강조하려다가 도리어 호된 역풍을 맞은 꼴이다. 

한편 이처럼 분위기가 소란스러운 가운데 지드래곤은 지난 6월 29일 퇴원해 부대로 복귀했으며, 두 달가량 재활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 상태라 앞으로 부대 의무실로 옮겨 재활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부디 지드래곤이 재활을 잘 마쳐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 또 남은 군 생활을 성실히 이행해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을 잠재우길 기대한다. 군필자로서 그에게 부대장에게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보직을 요청하라는 팁도 하나 주고 싶다. 발목 상태가 악화돼 남은 복무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게 됐다는 최악의 소식만은 전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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