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이런 거다. 아무리 새로운 맛집이 생겨나고 인기를 끈다고 해도, 단골 노포의 맛을 잊지 못해 발길을 향하는 식.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은 이런 오래된 단골집같은 곳이다.
페스티벌 시장의 트렌드가 락에서 EDM으로 넘어간 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은 여전히 사람들을 잡아 끄는 맛이 있다.
물론 그 맛이라는 게 꾸준히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것일 수도 있고,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유행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맛이 되기도 한다.
올해로 13회 째를 맞은 2018 펜타포트를 찾은 사람들은 이 오래된 맛집을 꾸준히 찾는 단골들과 오랜만에 그 맛이 떠올라 다시 찾아온 사람, 또 뻔한 유행에 싫증이 나 새로운 맛을 찾아온 신규 손님들이 어우러진 자리였다.
이런 세 부류가 어우러지다 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풍경도 펼쳐졌다. 한쪽에는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옷을 벗어던진 채 슬램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한쪽에는 그늘에 앉아 무대위의 아티스트보다 이런 관객들을 더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펜타포트니까 볼 수 있는 광경임은 분명했다.
처음 펜타포트를 방문했다면 이런 풍경이 이채로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 발을 들였으니 그 맛도 제대로 즐겨야하겠다.
펜타포트의 맛의 비결은 결국 '라인업'이다.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최근에는 적절한 타협을 이룬 라인업이 등장할 때도 있지만, 펜타포트는 '락페스티벌'이라는 자존심을 여전히 지켜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락페스티벌이라는 것이 오묘한 게, 같은 요리라도 이쪽에서 먹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 일례로 EDM페스티벌인 울트라 코리아에서 보는 프로디지(Prodigy)나 블러디비트루츠(Bloodybeetroots)와 펜타포트에서 보는 프로디지(Prodigy)나 블러디비트루츠(Bloodybeetroots)는 도저히 같은 밴드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똑같은 김치라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을 때와 설렁탕집에서 먹을 때의 차이라고 할까.
게다가 펜타포트는 그 '락'의 맛을 가장 제대로 내는 페스티벌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그 맛이 너무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겁낼 필요는 없다. 일단 한번 맛을 들이면 절대 잊기 힘든 즐거움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펜타포트는 조금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었다. 밸리록페의 개최가 무산되면서 펜타포트는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국제규모 락페스티벌이 됐고, 또 라인업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마케팅을 펼칠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그탓인지 몰라도 3일 합계 8만 5000명이라는 관객수도 전성기 시절을 생각할때 아쉬움이 남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펜타포트의 맛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맛은 또 다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예약하게 만들 것이다. 반드시.
(글: 미디어라이징 최현정 기자)
사진제공|예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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