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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 칼럼] TV 속 오디션의 몰락, 모바일 속 언더독의 기회

2019.10.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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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조작논란에 휩싸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 논란은 매해 반복됐지만, 이번 의혹은 관련 소속사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는 등 구체적이라 파장이 크다. 신뢰도는 물론, 오디션 열풍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프듀X'의 조작 의혹은 지난 7월 파이널 생방송에서 데뷔가 유력했던 연습생들이 탈락한 이후, 시청자와 팬들이 투표수를 자체적으로 계산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최종회 무대에 오른 연습생 20명이 받은 득표수가 특정 숫자의 배수로 분석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제작진과 성명 불상의 소속사 관계자들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 고발했고 '프로듀스' 시리즈에 이어 '아이돌학교'까지 조작 논란에 대한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오디션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방송 포맷이다. 보통사람이 스타가 되는 시대, 누군가는 진실된 목소리 하나로 스타덤에 올랐고 꿈을 위한 도전은 감동의 인생 역전 드라마를 일궈냈다. 이후 '슈퍼스타K'는 오디션 붐을 타고 대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성장했고, '프로듀스' 시리즈는 K팝 열풍 속에 데뷔를 꿈꾸는 수많은 연습생들을 조명해 왔다. 

가장 트렌디한 소재를 택해 경쟁을 붙이고, 자극적인 포맷으로 화제성을 일으키고, 시청률을 얻는다는 점은 방송사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더 이상 음악만 잘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방송을 타고 이슈가 돼야 그나마 노래를 알릴 수 있는 게 현실. 게다가 방송 출연도 기획사의 규모가 커야 가능한 일이니 그들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의 지형은 지상파 중심에서 모바일로 그 축이 이동하고 있다. 

TV가 아닌 유튜브에서 영상 콘텐츠의 소비가 이뤄지고, 조회수가 곧 파급력이 되는 현재 미디어의 상황이다. 결국 연예 기획사들의 목표 역시 ‘아티스트들의 TV 출연’보다는 1020 세대들이 사용하는 ‘SNS 채널과의 협업’으로 잡고 있는 것이 현실. 짧은 라이브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진 성공사례 또한 늘고 있다. 

미디어 언론을 통해서만 소식을 전달하던 가수들은 이제 옴니채널로 불리는 유튜브, 네이버 V앱, 아프리카TV와 딩고, 셀레브 등에 짤막한 콘텐츠를 노출시키며 발빠른 소통에 나선다. 마케팅 채널의 무게 중심이 언론에서 모바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제 스마트폰은 똑똑한 홍보사원 역할도 대신한다. 굳이 언론사를 거쳐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아도 SNS 콘텐츠나 생중계 한 번이면 많은 팬들에게 직접 스케줄을 알릴 수 있는 세상이다.

기존 대형기획사의 힘에 가려 변변한 무대나 홍보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던 가수들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전 세계로 연결되어 있는 SNS의 특성상, 단 하나의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 막강한 홍보 툴을 갖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획사는 언론과 별도로 팬들과의 근접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대중매체라는 시간과 장소의 한계에 갇히지 않기 때문에 메시지는 팬들이 원하는 최적화된 시간과 장소에 침투할 수 있다. 이제 노래할 무대가 없다는 눈물겨운 무명 가수의 사연은 옛날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가요계에서도 유통과정이 크게 생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콘텐츠를 전달하는 마케팅 툴 자체가 바뀐다는 건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증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와 편집의 시대, 언더독에게 기회가 왔다.

(글=박영웅 대중음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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