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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시크한 가요] '가요계 미다스의 손'과 '영재 밴드'의 잘못된 만남

2018.10.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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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 간다'는 말이 있다. 최근 가요계에서는 작곡가가 노래 제목을 따라간 경우가 발생했다. 1995년 발표된 김건모의 히트곡 '잘못된 만남'을 작사, 작곡한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미디어라인)의 회장 겸 총괄 프로듀서인 김창환 작곡가 얘기다. 그와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간의 만남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엔딩으로 끝이 났으니 '작곡가가 노래 제목 따라 갔다'고 할 만 하다. 

'폭행', '인권유린', '야구 방망이', '피멍'…

평균 나이 17세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의 리더 이석철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꺼낸 단어들과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이석철은 2015년부터 미디어라인 소속 프로듀서 A에게 상습 폭행을 당했으며, 김창환 회장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미디어라인은 프로듀서 A의 폭행 사실은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김창환 회장이 폭행을 사주하거나 방조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일부 엇갈린 가운데 사실로 드러난 건 K팝스타를 꿈꾸던 10대 소년들이 실제로 소속사 프로듀서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것. 가요계의 추악한 민낯을 보게 된 대중은 크게 분노했고,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뒤 미디어라인 측은 회사에 남아있던 나머지 멤버들과의 계약해지를 결정했다. 더 이스트라이트는 그렇게 공중분해 됐고, 10대 소년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번 사태는 결국 법적 공방으로 치달은 상태다. 이석철은 팀의 또 다른 멤버이자 친동생인 이승현과 변호사를 선임해 프로듀서 A와 김창환 회장을 폭행 및 폭행 방조 등의 혐의로 각각 고소했고, 고소인 신분으로 경찰조사도 받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무대를 누비던 K팝 밴드 멤버들이 음악 활동을 중단하고 소속사를 상대로 법적인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요계에는 큰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K팝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스트라이트 사태는 더욱 더 쓰라린 일이다. 최근 가요계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공장에서 찍어낸 음악'으로 평가절하 당하던 K팝이 최근 '자체제작돌'들의 맹활약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팝 밴드 멤버들이 소속사에서 상습 폭행을 당하며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려한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제 축제 분위기를 잠시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내부의 문제점을 살피고 보완해야 할 때다.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가요계의 썩은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 김창환 회장이 국내 주요 음반제작사 및 유통사, 해외 직배사 등이 회원사로 있는 (사)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회장직까지 맡고 있다는 것이다. 

김창환 회장은 총괄 프로듀서로서 자격미달인 인물이다. 이석철, 이승현 형제의 주장대로 그가 멤버들이 프로듀서 A에게 상습 폭행을 당하고 있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도 문제고, 자신의 주장대로 그와 같은 사실을 한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문제다. 

소속사 내에 폭행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김창환 회장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을 역량이 부족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인물이 가요계를 이끄는 중추적인 위치에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또, '가요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유명 작곡가이자 (사)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 전권을 쥐고 있는 가요 기획사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디어라인보다 규모가 작고 김창환 회장에 비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이끄는 기획사의 인권실태는 얼마나 더 열악할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부디 더 이스트라이트 사태가 가요계의 썩은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자격미달'인 이들을 가요계에서 퇴출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더 이상 '자격미달'인 이들이 K팝스타를 꿈꾸는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수적이다. '쉬쉬'하며 감추기로 일관하다간 가요계의 축제 분위기는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식어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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