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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 칼럼] Good-bye 장얼, 초심은 개나 줘 버려!

2018.10.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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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지난 10월 17일,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2008년 등장해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대신한 곡 ‘싸구려 커피’로 인디씬 열풍을 일으킨지 약 10년 만이다. 그간 한국식 로큰롤의 전형적인 틀과 흥을 유지하면서 생활 밀착형 한글 가사에 애착을 보였기에, 해체 소식에 안타까움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외국어 가사를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말 사랑이 각별하다. 해괴망측한 외계어 가사를 남발한다거나, 깃털에 가까운 저속한 유행어에서 해법을 찾지 않는다. 자극적인 MSG를 첨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을 건드리는 음악. 특히 돌려 말하지 않는 장기하식 어투는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데 있어 보다 폭넓게 접근이 가능했고 위트있는 표현력은 여전히 듣는 재미의 역할에 충실한다. 특히 말하듯 노래하는 그의 창법은 감정에 접근하는 고급기술이다. 

10월 25일 발매한 마지막앨범의 선공개곡 ‘초심’도 여전히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답다. 10년이란 단단한 시간을 보냈음에도, 초심을 잃지 말라는 흔한 메시지보다는 ‘초심 때위 개나 줘 버려’라며 변화를 선언한다. 여기에서 건조한 장기하의 보컬은 최고의 가창력이 아닌,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최적의 가창력임은 분명하게 들린다.

그간 장기하와 얼굴들은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겨냥했다. 주목할 점 역시 장기하의 노랫말인데, 모든 곡은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공감을 꿰뚫는다는 점이다. 뭔가 뜨겁게 가슴을 자극하진 않아도 편안하게 공감을 건드린다. 매일밤 라디오 사연 속 사람들의 외로운 퇴근길은 이렇게 힐링송의 주제가 되었거나, 외할머니의 모습에서 ‘착한 건 나쁜 게 아니야’란 말이 튀어나왔다. 일상의 섬세한 관찰에서 만들어진 곡들이기에 충분히 공감의 대상이 됐다는 평이다. 

공감이 화두인 시대. 누군가 나서서 혁명적인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그저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길 원한다. 가만 보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흥얼대거나, 그저 별 일 없이 살고 싶었던 것 뿐이라고 투덜댄다. 그렇게 노래가 말을 한다. 과거 그는 청년실업의 현실을 노래하며 짜릿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고, 코믹한 가사와 무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싸구려 커피’를 통해 잉여의 현실을 대변한 그는 청춘의 자화상처럼 인간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번 음반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다. 그건 다르게 말하면, 이제 장기하와 얼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의미가 된다"고 단언했다. 마지막 5집 앨범은 오는 11월 발매될 예정이다.

해체 후 이들의 행보는 그러한 부담스러울 법한 과거의 모습에서 억지로 타협점을 찾을 필요는 없다. 늘 새로울 수 없고 힘에 부칠 수 있다. 그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들려주면 된다. 이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장기하는 “산울림, 송골매 선배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혁신적인 음악을 하는게 목표”라고 했다. 진정성을 전달하면서도 창의성을 드러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하란 캐릭터 보다 장기하와 얼굴들, 이들이 보여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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