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는 핫펫트가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우울한 시기를 보낸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의 느낀 감정들을 담아낸 앨범이다.
그렇기 때문에 핫펠트는 자신이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곡해 없이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랐고, 이를 위해 각 트랙에 대한 배경 스토리가 담긴 서적도 함께 발간했다.
다만,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이 이 서적을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 내용과 감정이 모두 전달되기에는 한계가 있긴 하다.(※실제 해당 서적은 한정판으로 제작되는데다가, 핫펠트 역시 일부 내용만이 발췌돼 터무니없는 논란이 되는 걸 원치 않기에 서문부터 ‘이 책의 내용은 나와 이 책을 읽는 사람간의 비밀로 하길 서약한다’는 문구와 서명란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핫펠트는 총 5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의 장치를 통해 최대한 감정이 마모되지 않고 전달하고자 했다.
이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적, 장르적인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가장 큰 목적은 ‘1719’에 담긴 핫펠트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일련의 문답 속에 담긴 핫펠트의 ‘이야기’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이하 일문일답
Q. 일단 2017년부터 2019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가 궁금하다.
핫펠트 “책을 보면 자세히 알겠지만, 아메바컬처로 옮기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0년간 몸담은 회사에서 나와 새로운 사람도 만났지만, 10년의 활동이 끝났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이 있었고, 29살이 되면서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다. 그 당시 겪었던 감정이 담겨있다. 가장 어두웠던 시기라고 했지만, 그 안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순간도 만날 수 있었던 거 같다. 지나고 보니 소중했던 시간들이다”
Q. 책에는 개인적이고 민감한 부분가지 모두 담겨 있더라. 굳이 이렇게까지 밝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핫펠트 “내가 겪은 일들이다. 연예인들은 행복할 거 같은 이미지가 있지 않나. 항상 즐겁고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 거 같은 느낌인데, 연예인도 사람이다 보니까 힘든 시간을 겪을 때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을 수도 있다. 그걸 감추려고 하다 보니 더 악화됐다. 2018년~19년에 정신 상담도 받았고, 상담하는 원장님이 글로 감정을 풀어내면 좋겠다고 해서 시작을 했다. 그리고 음악을 준비하면서 글을 같이 보여드리면 좋을 거 같아서 그랬다”
Q. 책의 서문에 이 내용을 비밀로 하자고 적혀있다. 반대로 더 많이 공유하고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핫펠트 “정확한 나의 의도는 책을 본 사람만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책을 쭉 보면 이런 흐름을 알 수 있을 건데,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들이 언급하면 좋겠고, 단편적으로 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거운 얘기들이기도 하고 부연해서 설명하기 불편할 거 같고 그래서 그렇다”
Q. 지금의 상태는 어떤가?
핫펠트 “심리적도 회복이 됐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상담도 받지 않고 있다. 또 그런 감정을 느낀 순간에도 극단적인 시도를 한 적은 없다. 다만, 우울감이란 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게 아니라서 스스로 우울감을 해소하고 살아가고 있다”
Q. 우울감을 어떻게 해소를 하나?
핫펠트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거 같다. 맛있는 커피한잔 마시는 것도 위로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전화도 그렇다. 엄마와 조카, 언니랑 꾸준히 연락하면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고 있다”
핫펠트, 사진제공=아메바컬처
Q. ‘Satellite’(새틀라이트)와 ‘Sweet Sensation’(스위트 센세이션)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핫펠트 “‘Satellite’는 내가 어릴때부터 가장 내 삶을 지탱해온 꿈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가수로서 이루고 싶었던 목표, 음악이 주는 행복감이 컸는데, 음악을 하다보니까 지쳐가고 회의감이 들고 그런 감정도 생겼다. 그러다 밤하늘을 보는데, 위성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빛나고 있지만 실제 별은 아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빛은 나니까’ 하고 납득하는 그런 감정이다. 내가 가는 길에 대해서 100% 확신을 가지고 가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싶기도 하고, 꿈을 가진 사람은 두려움이 있지 않나. 그런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싶었고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 17~19를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라서 타이틀로 정했다”
“‘Sweet Sensation’은 평범한 일상을 담으려고 했다. 힘든 시기의 일사이다. 일반적인 가사는 아니다. 전날 너무 울어서 눈이 안 떠진 날들이 있었다. 내 자신에게 음악으로 힘이 되고 싶어서 신나는 트랙에 가사를 붙였다”
Q. JYP에서의 핫펠트와 아메바컬처에서의 핫펠트의 차이는?
핫펠트 “JYP에서는 시작이었고, 원더걸스에서 음악적으로 벗어나고 싶은 갈망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빨리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메바컬처는 아이돌이 없다보니까 나 자신을 그렇게 받아들이는데 자연스러웠고 물 흐르듯이 했던 거 같다”
Q. 솔로 가수로서의 고민이 있다면?
핫펠트 “2017년 1월에 원더걸스가 끝났다. 그전에는 솔로와 그룹을 병행했다면 지금은 솔로에 집중해야했고 10년이 주는 무게감에 걱정도 했다. 내가 원더걸스로 살 때는 실수하면 안 됐고 완벽해야했다. 많은 시선 속에 살아가다보니까 스스로 잣대가 심했다. 이제는 그런 부분을 많이 내려놓게 됐다. 삶의 방향이나 형태, 취미들도 없었는데 그런 것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인생이 짧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뭘 하고 싶을 때 오래 고민하지 않으려고 한다. 항상 일을 우선순위로 뒀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나의 취미들 취향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핫펠트, 사진제공=아메바컬처
Q. ‘1719’ 책을 박진영 프로듀서에게도 보여주었나? 그랬다면 뭐라고 하든가?
핫펠트 “박진영PD에겐 아직 책을 안 보여줬다. (이런 활동을)반대하실 분은 아니다. 또 본인 이름 나오는 걸 좋아할 거 같기도 하다. 하하. 또 원래 박진영PD가 파일로는 책을 잘 안보기도 한다. 책으로 보여줘야 잘 볼 거 같아서 책이 나오고 나면 보여주려고 한다”
“주변 사람들도 몰랐던 일들이 담겨있어서 나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다. 박진영PD가 내 음악이 어두운 것을 두고 항상 ‘넌 밝은 앤데 왜 이런 음악을 하냐?’고 묻기도 했었는데, 그런 이유를 더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Q. 책에 담긴 내용에 대해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핫펠트 “가족들한테는 책을 끝까지 쓰고 나서 보여줬다. 가족들이 반대하거나 불편하다고 하면 내용을 바꿀 생각이었는데 나라는 사람을 알다보니까 너무 진심으로 지지를 해주더라. 엄마와 동생에게 따로 보여줬는데 장문의 응원 메시지를 보내줘서 고마웠다. 나도 ‘이게 맞나’ 싶었는데 가족들이 ‘너 자신을 믿고 하면 좋겠다’고 해서 준비를 하는데 마음이 편했던 거 같다”
Q. 아메바컬처에 와서 할 수 있었던 건가?
핫펠트 “내가 음악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스토리텔러가 되는 게 원하는 방향이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많이 기다려줬다. 내가 오래 걸리기도 했는데, 천천히 가는 걸 많이 지켜봐줬다”
[인터뷰②]에 계속
최현정 기자 gagnrad@idol-chart.com 저작권자 ⓒ 아이돌차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