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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 칼럼] TV와 SNS로부터 히트곡을 강요받는 시대

2018.04.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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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몇 번이면 가수에 대한 정보는 물론 미공개 곡까지 감상이 가능한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음악을 애써 찾아 듣지 않는다. 음악은 넘쳐나도 누가 골라주지 않으면 들을 생각이 없다.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어쩌다 보니 TV와 SNS다. 서점 입구에 진열된 베스트셀러 책을 믿고 구매하는 심리처럼. 결국 다양한 장르음악을 들려주고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실패한 가요계가 자초한 결과다. 이제 TV와 SNS가 그 역할을 할 뿐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막강한 홍보 툴이다. 가요계에서 음악예능이 위협적인 존재가 된지 오래. 이는 더 이상 음악을 찾아 듣지않는 대중의 분위기도 한몫 했다. 어떤 곡을 들어야 할지 몰라서 차트 100위곡을 돌려 듣는다. 하루에도 많은 신곡들이 쏟아지지만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신선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발굴하기 보다는, 장사 좀 된다 싶으면 비슷한 음악을 찍어내고 제작자들은 너도 나도 히트 작곡가들을 찾는다. TV를 틀어도 몇 안되는 음악 프로그램 속에서 같은 얼굴과 홍보패턴이 반복된다. 피로감이 쌓인 대중이 찾은 SNS도 결국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변질됐다. 

신보를 발표한 가수들은 3분 가량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게다가 음악 방송 프로그램도 대부분 아이돌 가수들에 집중되어있고 대형 기획사가 아니면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다.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하는 현 가요계의 분위기상 이슈 메이킹에 매달리는 건 당연하다. 특히 방송 한 회에서 이슈를 보장받으면 극적인 성장스토리에 감동, 그리고 음원공개까지. 게다가 주말 황금시간대에 홍보시간을 배정받고 곧바로 음원을 출시하는 것, 이보다 확실한 프로모션은 없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외국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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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로, 사진|리메즈엔터테인먼트·닐로 페이스북

리메즈 엔터테인먼트의 성공과 논란도 이 과정에서 시작됐다. 그들은 홍보 과정의 위법여부를 떠나 SNS 마케팅을 통해 무명 가수의 음원도 쉽게 차트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인기 맛집 블로거가 일반 대중으로 위장하듯, 특정 곡을 일제히 홍보하고 결국 대중이 만들어낸 ‘역주행’ ‘나만 아는 명곡’으로 포장하는 식이다. 

앞서 음원 유통사들은 추천제를 폐지하고 개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변화에 동참했다. 음원차트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추천 서비스는 메인차트 바로 위에 노출되기에, 전체 차트를 감상하면 추천곡도 자동적으로 재생 목록에 포함된다. 때문에 추천 서비스에 곡이 소개되면 차트 진입이 쉽다. 이 역시 기획사들이 추천 서비스를 집중 공략하고,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대부분의 유통사가 추천제는 폐지했지만, SNS시장으로부터 또 다른 음원 추천제가 만들어진 셈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한 번 노출되는 것이 음악 무대보다 효과적인 홍보 창구가 된 세상이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리얼리티, 오디션 등 음악은 이제 더 이상 음악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 또 다른 자극적인 어떤 것들에 점령당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재능있는 뮤지션을 예능만으로 알리는 건 한계가 있다. 음악의 다양성과 실력파 뮤지션의 발굴. 이제 방송을 계기로 자리잡은 대중의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 방송사는 단순히 시청률 좇기가 아닌 양질의 진정성을 전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해 반복되는 음악 예능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열풍. 이는 다양성의 탈을 쓴 획일성의 또 다른 그림자일지 모른다. 대형 기획사 출신 뮤지션들 혹은 이익관계로 얽힌 소속사 뮤지션들이 방송을 장악하면서 인디뮤지션들이 SNS에 의지하는 건 당연하다. 닐로사태로 불거진 음원 사재기 논란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다. 

무엇보다 방송의 묘미는 '의외성'에 있다. 의외의 인물을 화제의 스타로 바꿔놓는 오디션 서바이벌과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이 포인트는 프로그램을 살리는 핵심이다. 거대한 팬덤없이 노래 한 번 알리기 힘든 요즘 세상에서 잘 키운 음악 예능은 무명 가수를 단 번에 스타로 만들었고,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등 무명 스타들의 오디션은 물론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 '불후의 명곡' '너의 목소리가 들려'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복면가왕'까지 형식만 다를 뿐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더 이상 음악만 잘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방송을 타고 이슈가 돼야 그나마 노래를 알릴 수 있는 게 현실. 게다가 방송 출연도 기획사의 규모가 커야 가능한 일이니 그들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방송의 힘이 막강해진 만큼, 그들의 책임있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라면 논란도 서슴치 않는게 요즘 가요계 현실이다.

사재기 논란과 추천제 등 부침을 겪었던 음원차트가 건전한 음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한창이다. 매해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건전한 유통 질서 마련을 위한 업계의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재기는 해외에서 음성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수많은 의혹만 제기될 뿐 고발 대상을 특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초반 '슈퍼스타K'가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유는 의외성에 있다. 일반인에게도 꿈의 기회가 열리고 많은 이들이 공감, 더 나아가서는 통쾌함 마저 느꼈다. 게다가 SNS로부터 ‘역주행’이란 발견을 이끌어낸 건 팬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 히트곡은 어쩌면 발매 전부터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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