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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화의 X칼럼] 아이돌의 데뷔 루트, 왜 서바이벌이냐면

2018.09.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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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48, 사진제공|CJ E&M


'또 아이돌이고, 또 서바이벌이냐'는 비난이 나왔다. 아이돌 멤버를 뽑는 서바이벌 혹은 오디션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이 연이어 생겨난 터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시즌3까지 선보여졌고,앞서  90여 개의 가요기획사(KBS '더 유닛')가 참여하거나 대형기획사의 수장이 전국의 기획사를 탐방(JTBC '믹스나인')하는 등의 서바이벌도 등장했다.

왜 생겨날까. 물음의 답은 '장사가 잘 되면 많이 판다'는 시장의 논리처럼 명료하고 간단하다. 앞서 Mnet '프로듀스 101'과 '식스틴'등의 아이돌 서바이벌 포맷의 프로그램이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수익을 냈다. 관계자들의 구미를 당긴 것은 이 같은 효과가 방송사의 '장사'로 끝나지 않고, 결정적인 파생 효과들을 내며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아이오아이, 트와이스, 워너원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왜 흥할까. 이 같은 포맷을 취한 프로그램들은 보는 이에게 '평가자'의 자격을 쥐어주며 '시청자' 이상의 존재로 참여시켰고, 이 같은 요소가 실제로 흥미와 재미로 이어졌기에 뜨거운 반응이 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팬덤을 모아야 하는 아이돌의 경우 이 포맷과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서바이벌은 누군가를 응원하면서 보게 되기 마련인데, 이는 팬심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지지와 응원=팬심'이라는 이야기인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내가 응원하는 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애정이 점차 탄탄해지고 커져 가고,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이 끈끈한 관계가 유지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을 통해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고 설명한다면 적절하겠다. 사실상 아이돌 서바이벌은 방송사와 기획사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서로 챙길 수 있는 이점이 확실하다. 방송사의 경우 시청률과 프로그램의 브랜드를 챙길 수 있고, 기획사 입장에서는 소속 연습생과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높은 인지도와 화제성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겠지만, 위험을 감수할 만큼 유혹이 달콤하다.

환경적인 요인도 크다. 현재 아이돌 멤버들이 출연할 만한 프로그램이 음악방송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단발성 게스트로의 출연만이 거의 유일한데, 이 기회 역시 소위 말하는 잘나가고 인지도가 높은 이들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을 알리고 매력을 어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화제성을 자랑 하는데, 여기서 빛을 발한다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어필 되며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나 강점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최근에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은 서바이벌 출신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팀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먼저 주목을 받고 데뷔를 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데뷔 전부터 관심과 사랑을 보장 받는다는것은 확실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기획사들도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아이즈원(IZONE)이라는 또 다른 또 대형 걸그룹이 탄생했다. '프로듀스48'을 통해 탄생한 팀으로, 심지어 한일 합작이다. 이미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아우르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 하는 팬덤을 확보해둔 터라 활동 전망도 밝아보인다. 

확실히 아이돌들의 데뷔 루트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미 시스템적으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파생된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횡포가 생겨날 수 있다. 악어와 악어새가 공생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악어가 새들을 통째로 삼켜버릴 수 있는 위험성은 언제나 배제할 수 없는 것처럼.

(글: 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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