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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시크한가요] '미필' 보이그룹이 '동네북'인가요

2018.09.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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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인기 보이그룹들에게 숙명(?)처럼 따라붙는 댓글이 있다. 바로 '군대' 관련 댓글이다. 요즘은 그 수가 많이 줄어 보기 힘들어졌지만, 한동안 "엑소 군대가라!"는 댓글이 뉴스기사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게시물에 유행처럼 따라붙던 때가 있었다. 아마 그 아찔한 댓글로 인해 엑소 멤버들과 팬덤 '엑소-엘'은 마음고생을 좀 했을 거다.  

최근에는 배턴을 방탄소년단이 넘겨받은 모양새다. 엑소에게 따라붙던 '그것' 과는 내용은 사뭇 다른데, "방탄소년단 군대가라!"가 아닌 "방탄소년단도 '군면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앞장서서 그와 같은 목소리를 낸 건 일부 정치인들이다. 아시안게임 이후 예체능 분야의 병역 혜택 기준을 두고 한창 말이 많던 시기, 때마침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 두 번째 1위에 오르자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소재로 방탄소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바이올린 등 고전음악 콩쿠르 세계 1등은 군 면제를 받는데, 방탄소년단처럼 대중음악 세계 1등은 왜 면제를 못 받느냐"면서 말이다. 

정작 본인들은 '군면제 시켜주세요'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방탄소년단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온라인상에서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에 두 번이나 오르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못지않은 '국위선양'을 했으니 병역혜택을 받을 만하다는 의견과 빌보드 1위에 올랐다고 병역혜택을 주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에게는 달갑지 않은 이슈였다. 방탄소년단이 수년간의 노력 끝애  거둔 값진 성과가 군대 관련 이슈에 파묻혀버렸으니 말이다. 대다수의 '아미'가 '정치적 이슈에 방탄소년단을 엮지 말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필자는 '아미'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아미'와 마찬가지로 정치인들이 더는 방탄소년단을 이슈 몰이용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 일부 정치인들에게 왜 음악 활동 잘 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을 건드려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느냐고 되묻고 싶다. 

더불어 "방탄소년단처럼 대중음악 세계 1등은 왜 면제를 못 받느냐"는 발상 자체도 꼬집고 싶다. 아니, 빌보드 차트가 무슨 '대회'인가. 빌보드 차트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콩쿠르처럼 '우열', 즉 나음과 못함을 가리기 위해 존재하는 차트가 아니다.  

빌보드 차트는 '우열'이 아닌 앨범과 노래의 인기 순위를 보여주는 차트일 뿐이고, 빌보드가 순위를 매기는 수많은 차트 중 방탄소년단이 정상에 오른 '빌보드200'은 음반 판매량 등을 집계해 미국 내에서 한 주간 가장 인기 있는 앨범의 순위를 매기는 차트다. 

물론, 방탄소년단이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 200'에서 국내 가수 중 최초로 1위에, 그것도 두 번이나 오른 것은 박수 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 내용처럼 어떤 특정 대회에서 '세계 1등'을 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빌보드 '빌보드 200'에서 200위에 오른 가수는 '세계 200등' 가수란 말인가. 

이는 일부 정치인들이 얼마나 대중음악 분야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방탄소년단을 이슈몰이용으로 이용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유명한 차트에서 1위에 올랐으니 병역혜택을 줄만하다'는 발상은 '차트 1위에 오른 팀이 훌륭한 팀'이라는 식의 음악의 다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참으로 무지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생각이다. 

인기 보이그룹 멤버들은 '동네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북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다. 특히 아직 국방의 의무를 마치지 않은 이들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엑소는 "군대가라!"는 말을 들으며 수없이 조롱당했고, 방탄소년단은 원치 않게 병역혜택 이슈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가만히 있었는데 욕먹고,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여러 사람이 나를 두고 왈가왈부 하는 것만큼 억울하고 진절머리 나는 일도 없을 거다. 악플러든, 정치인이든 애꿎은 보이그룹 멤버들을 더 이상 군대와 엮어 이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로 인해 고통 받은, 고통 받고 있는 보이그룹 멤버들, 그리고 팬들을 대신해 한마디 하며 글을 마친다. "제발 우리 좀 가만히 내버려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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